오피니언 [기고] 고귀함은 지키는 것이다 : 녹색평론 복간을 반기며
어리버리 사회초년생 시절, 녹색평론은 나만의 ‘은밀한 해방구’였다. 격월지로 발행되던 <녹색평론>의 새로운 호(號)가 도착하면 과월호를 집으로 빌려가 느긋하게 책장을 넘길 때면 잠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읽고 또 읽고도 모자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다른 간행물과 달리 녹색평론만은 도서관 장서로 등록하는 특별대우 대상이었다. 녹색평론의 광팬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던 지라, 녹색평론의 과월호를 찾으시며 나를 뜨끔하게 하는 분도 계셨고( 당시는 정기간행물은 대출이 안 되던 시절이었다) 전국적으로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생겨난 걸 보면 말이다. 당시는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기도 했던 기본소득, 지역화폐, 숙의 민주주의, 협동과 자치 등을 책으로만 접하다 도서관 강연에 초정해 두어 번 뵌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이 교수직을 그만두고 녹색평론 발간에 집중하시던 시기였다. 어렵고도 어려운 통화의 관문을 넘어, 여러 차례 강연 거절의 장벽을 넘어 마침내 (나의 간절한 요청에 감화된) 선생께서 강연을 수락하였으나 강연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은 단칼에 거절하셨다. 이유인즉슨 강연 자료에 쓰인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면 자료만 읽으면 되지 힘들게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