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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이트

[사람人 사이트] 경기도 평택 안중초등학교 최상길 교감

아이들은 꽃! “꽃들아! 네 마음대로 피어라”
사소함의 가치! 절대적으로 믿는 평생 천직 교사
30년 재직 아이들 세상 매년 클래스팅, 신문, 문집으로 소통
교육과정·수업분석 꾸준히, ‘교사의 사계’산물로 펼쳐내

 

 

e데일리뉴스 |[평택=강경숙기자] 우리는 대부분 사소하고 소소한 것을 그냥 스친다. 삶은 어쩌면 여기서부터 시작일텐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관심두지 않거나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대체로 많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서 시작이 되고 사소한 것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지론을 갖고 평생 교직에 선 교사가 있다.

 

사소함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믿는다. 사소한 일이 사람을 공감시키고 감동시킨다고 본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값비싼 교훈으로. 경기도 평택 안중초등학교 최상길 교감이 그렇다.

 

 

사소한 것 귀히 보고 결실 맺은 ‘호밀밭의 파수꾼’

 

‘사소함’을 주의 깊게 살피고 행동으로 활동하고, 거기에 그런 ‘사소함 덩어리’를 산물까지 남긴다. 덩어리의 주인공들은 학급 홈페이지, 학급 클래스팅, 학급신문, 학급문집, 책 등이다.

 

학년이 끝자락에서 이런 덩어리들을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선물처럼 안겨준다. 그래서 안중초등학교 최 교감의 교훈적 행보는 가히 감동적이다.

 

교직생활 내내 최 교감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관찰한다. 좀 더 세심한 눈과 관심으로. 아무리 작은, 사소한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말, 행동, 활동, 학교생활, 모둠생활 등등등...

 

이러한 것들을 모아모아! 1년에 한 번씩 매년 학급 문집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교감이 되기 전 2019년까지 21호를 기록했다. 1호 ‘우리 몽땅’, 2호 ‘오이지’, 그 다음부터는 ‘학교종이 땡땡땡까지.

 

교과 전담 교사 한 몇 년의 기간과 맨 처음 신문 형식의 소식지 2년을 빼고 말이다. 21호까지 매년 발행한 학급 문집의 어느 해 1년은 올해 3월 ‘교사의 사계’라는 책으로도 결실을 맺는다.

 

이를 계기로 최 교감은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EBS방송국 뉴스브릿지에 초대된다. 10여분 동안 교육 현실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현장에 대한 소견을 밝힌 시간이다.

 

안중초등학교 최상길 교감. 50대 초반의 최 교감은 첫 만남의 기자 눈엔 30대 중반 같아 보인다. 교감 선생님이라는데 그냥 교사 같은 느낌이다. 나이도 들어 보이지 않고 왠지? 미술 선생님 일 것 같다는? 절대 동안의 교감이다.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 본단 말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 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 밖에 없어 _‘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_

 

이는 평생 아이들을 향해 가졌던 마음이고 행동이다. 아이들을 지키려는 가치를 담은 그의 노력과 정성이 비친다.

 

 

해마다 학급 문집 발행-30년간 21호 기획

 

“어린 시절 학교생활 풍경을 늘 그리워했다. 선생님과의 ‘동시’수업, 풍금에 맞춘 화음, 활동과 놀이, 교실 안의 모든 생활들. 그런 장면속의 절 상상하면 행복했다. 추억들이 늘 사진처럼 남아 있었다. 교사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은 늘 잔재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 현실이 됐다”

 

최상길 교감은 과거 이런 많은 추억으로 동경하던 초등학교 교사를 평생의 천직으로 선택한다. 1993년 수원 원천초등학교가 첫 발의 시작이다.

 

안중초등학교 교감까지 여러 학교를 거쳐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한 세계를 지킨다.

 

아이들을 보는 남다른 눈맞춤이 있었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조금 더 다른 눈높이가 있었다. 아이들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한다. 아이들마다의 사소한 다름도, 조그마한 특징에도 집중한다.

 

수업, 운동, 활동 속에서의 이야기, 움직임, 대소사 등에 대한 관찰은 기록으로 모은다. 처음엔 혼자만의 기록이 전부일 때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이 참여하고 학부모도 참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교사의 위치에선 1:30명이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1:1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들한테 교사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은 큰 차이가 있다. 아이들 특징에 맞게 좀 더 관찰하고 바라봐야 했다. 말이든 행동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사소한 것들은 이야기의 릴레이가 되는 기록의 산물이다. 이런 모든 것은 학생들, 학부모와 공유했다. 학급 클래스팅을 통해 매일매일, 신문으로 주마다, 문집을 통해선 해마다 말이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최 교감은 먼저 개인적인 것부터 연다. 솔직한 마음과 진실적인 태도로. 자신의 가족, 집을 먼저 소개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통하고 학생들의 거부감은 없어진다. 쉽게 친해지는 것이다. 최 교감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충실하길 원한다.

 

어떤 사람이든지 다 가치가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여기에 최선을 다하면서 좀 더 따듯한 눈으로 조금만 더 세밀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여기에 함께 지내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도 더해진다. 이런 그의 마음과 행동은 특히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퍼진다.

 

항상 “사랑합니다”로 시작하는 교감이다. 아이들에게나 학부모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연을 다 쓰고 난 다음에는 보내는 사람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적는다.

 

 

졸업생보다 학부모가 더 먼저 알아보는 교사

 

또 반 아이들은 모두 ‘꽃’으로 본다. 아름답고도 소중하게.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꽃들아! 네 마음대로 피어라”라고.

 

이런 마음과 자세로 아이들과 함께 해마다 만든 것이 문집이다. 문집 안에는 없는 내용이 없다고 보면 맞는다. ‘우리들의 초등학교 기록 보따리’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졸업한 학생들보다는 학부모들이 최상길 교사를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 다.

 

디지털피아노를 구입하러 갔을 때도, 식당으로 초대 받았을 때도, 자신의 아들과 같은 야구모자를 사 주신 학부모 모두 졸업생들보다 먼저 최 교감을 알아본다.

 

“꽃 반의 이야기에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마음, 한 명의 교사로서 교직을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세 아이의 아빠로서 집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꽃 반의 이야기를 읽으면 학부모님은 교사의 마음을 입체적으로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고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된다”

 

 

‘교사의 사계’ 발행-행복한 교육 만드는 교사 마음 산책

 

“관찰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살아 움직이는 글이 된다” 최상길 교감의 저서 ‘교사의 사계’를 펼치는 순간 보이는 프롤로그 제목이다. ‘교사의 사계’는 그동안 21호까지 발행된 학급 문집 중 평범한 한 교사의 어느 1년간의 이야기이다.

 

서로의 설레임 속에서 처음 만난 봄, 쑥쑥 성장하는 여름, 함께 결실을 맺는 가을, 헤어지는 아쉬움의 겨울까지 1년 동안 일어난 한 반의 이야기다.

 

0부에서는 교사의 사계를, 1부부터 4부까지는 아이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렸다. 아이들의 1년 동안의 학교 및 학급 생활을 그대로 모았다. 소재 하나하나에 주제를 만들어 아이들의 행복 실체를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다.

 

교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준다. 아이들만 있는 곳에서 딱 1명 어른의 역할을 항상 고민한 사람! 최상길 교감이다.

 

또 하나 에필로그엔 현직 교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다. 학급 신문·문집으로 학생, 학부모와 소통해볼 것을 권한다.

 

최근 설문조사 중에는 교사 10명중 9명이 최근 1년간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노동조합연맹이 1만1377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그 정도로 교사들의 이런 고민은 교육계의 심각한 정서다. 가장 힘든 것이 학부모들의 민원이다. 민원은 2중, 3중으로 교사를 힘들게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최 교감의 노력은 학무모의 민원을 예방하거나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학부모들이 학교활동에 자발적으로 직접 참여하는 큰 반응이나 효과로 나타난다.

 

교사와 아이들,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서로의 이해가 기둥이 되어 굳건한 신뢰의 다리가 세워진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엔 최상길 교사가 어떤 사람이란 것을 미리 안다. 새로운 반을 맞기도 전에. 학부모 모임의 참석률은 단연 최 교사의 반이 월등하다.

 

학부모들의 절대적인 교사에 대한 믿음이 증명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도 한 번 활용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확실히 민원의 수도 줄어드니 말이다.

 

 

“따끈따끈한 찐빵가게 찾아오세요”- 다시 태어나도 교사

 

문집과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 많은 것을 언제 어떻게 다 기록했을까 싶다. 천성적으로 글재주도 있고 부지런함과 세밀함이 가미되어 있는 듯하다.

 

최 교감은 메모 습관은 매일, 매시간에 작용한다. 낮엔 수첩에 자신만이 아는 암호(?)처럼 무언가를 빼곡히 적는다. 퇴근 후 집에선 그 암호들이 춤을 춘다. 마치 리듬에 맞춰 훨훨 날아가듯이 말이다.

 

그렇게 춤을 춘 암호들은 단어로, 문장으로, 문단으로 완성되어 문맥의 완성도를 이룬다. 이렇게 태어난 산물이 신문이고 문집이고 ‘교사의 사계’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겐 귀하디귀한 선물.

 

아이들의 시간 시간이 소중했고 기록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무조건 남겼다. 다 잊은 기억도 문집을 보면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러도 기억된다.

 

이렇게 기억되는 아이들 머릿속에 미래의 행복한 기억이 또 하나 생길 것 같다.

 

“따끈따끈한 찐빵가게 찾아오세요” 문집에서 찾을 수 있는 신호? 암호?

퇴직하면 최 교감은 아마도 찐빵집 사장님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문집을 통해 벌써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쿠폰을 주면서 광고를 한다.

 

기자는 ‘따끈따끈한 찐빵’이라는 간판이 보이면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기엔 조금은 구불거리는 하얀 머리를 한 등이 조금 굽은 한 키 큰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그 남자는 진지하게 찐빵을 만들어 내고 있을 지도.

 

사소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소소한 교사! 남은 교직생활에서는 후배교사들이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는 찐빵가게를 하면서 우연히, 혹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졸업생과 학부모들과의 만남을 기대할 지도 모른다.

 

또, 사소한 인연으로 쌓인 추억은 찐빵가게로 결실을 맺어 오랜 기간 함께한 교사의 따스함을 따듯한 찐빵과 함께 맛볼 수 도 있을 지도 모른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할 것”이라는 최 교감은 확실히 교사를 하면서 일평생 행복한 사람이다. 이번 인터뷰는 그런 그의 영향력이 많은 아이들에게 분명 좋은 에너지가 됐을 것을 확신하는 시간이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kkse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