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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 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와 선무당

얼치기 전문가가 판치는 세상에는 경영혁신이 어렵고 위기관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e데일리뉴스 |우리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선무당에서 ‘선’은 순우리말로 “서툴다, 충분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무당은 신 내림을 받고 굿이나 점을 치는 사람인데 선무당이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서투른 무당으로 굿을 하지 못하는 무당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의술이 귀해서 무당들이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행위를 했는데 선무당이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해 주다 사람의 목숨까지 잃게 된 상황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결국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척 일을 벌였다가 큰일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를 살펴보면

마치 선무당이 관련 사업을 집행한 결과 아닌지 의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라 칭함)는 정부측 자료를 보면 총사업비가 1,402억 원(예비비·특교세 231억 원 포함)에 이른다. 그런데 예산편성에서 특이한 점은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라 칭함)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는 740억 원(총사업비의 52.8%)으로서 절반이 넘는 반면,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비에 투입된 예산이 129억 원(총사업비의 9.2%)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은 대책이 부실하여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폭염(의료서비스 포함)에 대비한 예산은 43억 원으로서 3.1%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무더위와 온열 환자가 폭증하는데도 조직위가 추가적인 그늘막 설치나 온열 치료제, 병상 제공을 충분히 하지 못한 이유도 폭염에 대비한 예산 부족에도 있다고 본다. 폭염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관련 예산이 없다고 묵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유라고 본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 이후 전문가 및 국정감사 등에서 새만금지역 특성상 폭염과 우천 시 배수처리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지난해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워놔서 차질 없이 준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결과적으로 예산책정부터 선무당처럼 부실하게 편성하고 어떠한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의 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손실(위험)은 차지하더라도 예상 가능한 손실인 대손충당금도 제대로 쌓지 않고 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과 같은 사업 진행이었다.

 

얼치기 전문가(딜레탕트)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어떠한 위기관리 시스템도 작동하지 못한다

 

예술이나 학문 등의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렬히 애호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딜레탕트(dilettante)라고 불린다. 비슷하게 "좋아하다"라는 뜻에서 파생된 아마추어와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다소 다르다. 어원은 즐긴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딜레타레(dilettare)’에서 온 말로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딜레탕트는 학문이나 예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취미 삼아 즐기는 이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재미없는 부분이나 실무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말로 얼치기 전문가라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얼치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 혹은 이것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 탐탁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 어느 한 방면에서 기술이 부족하거나 서투른 사람을 이르기도 한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이런 얼치기 전문가가 판을 치고 있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조직위의 구성을 보면 공동위원장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행정안정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와 국회의원(전주갑)으로 되어있고 실무 집행 책임자인 집행위원장은 전라북도지사이다. 행안부 장관, 여가부 장관 및 현직 국회의원이 조직위 공동위원장으로 되어있는 것도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조직위의 대외 인지도 등을 위해 얼굴마담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백번 양보하더라도 집행위원장과 사무총장은 관련 전문가를 선임했어야 한다고 본다.

 

현직 도지사의 경우 도정 업무 등 다른 많은 현안이 있으므로 집행위원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사무총장만큼은 관련 전문가를 임명했어야 했는데 20여 년을 여성가족부에서 근무한 정책기획관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렇듯 조직위 구성이나 예산편성 내용만으로도 얼치기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진다. 전문성이 있는 조직위라면 당연히 새만금 잼버리 기간 중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했을 뿐 아니라 대회 운영 중 예상치 못한 리스크도 시나리오별로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여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치기 전문가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어떠한 위기관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치기 전문가는 현상과 본질을 잘 구분하지 못하면서

얕은 지식으로 간섭을 잘하고 자기 과시욕이 큰 특성을 보인다

 

공무원 국외 출장 연수 보고시스템(중앙일보 보도자료)에 의하면 새만금 잼버리를 앞두고 해외 전문가 면담 및 사례조사 등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관계기관 공무원들은 2015년부터 총 99건의 해외 출장(연수)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개최 확정(2017년 8월) 이후 출장 건수도 45건에 이른다. 그런데 해외 출장 내용 중 크루즈 투어, 뮤지컬 관람 및 관광 등이 포함되어 있고 그나마 해외 출장 이후 부서 이동 등으로 실제로 새만금 잼버리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공무원들도 많다고 전해진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991년도에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 잼버리대회를 비교적 무난하게 유치한 경험이 있는데도 그러한 전문성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얼치기 전문가들로만 조직위를 운영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얼치기 전문가의 특성은 현상과 본질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얕은 지식으로 간섭을 잘하고 자기 과시욕이 크다. 그래서 기반 시설 조성과 폭염 또는 폭우에 대비하는 위기관리 대처에는 소홀히 하고 K-pop 공연 등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얼치기 전문가의 해악은 운영리스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운영리스크는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크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중에는 운영리스크(operational risk)가 있다. 은행 내부의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절차, 직원의 실수 및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은행에 직·간접적으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그러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은행의 신인도가 하락하는 위험(reputation risk)을 포함한다.

 

이러한 운영리스크는 차주의 부실 위험인 신용리스크에 비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 번 발생하면 평균적으로 그 손실 금액은 매우 크므로 신바젤협약(신 BIS)에서는 은행들에게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와 더불어 운영리스크를 측정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개최로 약 1,100억 원대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새만금과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조직위의 운영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해 1,000억 원 이상 쓴 새만금 잼버리로 인해 대한민국은 국제행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는 곧 이어질 부산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을 감안한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클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에

얼치기 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는 멈춰야

 

딜레탕트는 동호회 모임에서 취미 삼아 활동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자질이다. 전문성이 부족해도 함께 어울려 즐기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서는 도덕성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공기업·공공기관의 경영쇄신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도 정치인에 대한 낙하산식 보은 인사는 멈춰야 한다. 군부정권 시대보다도 그 이후의 계속된 어느 문민정부에서나 제기되었던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잡음과 논란은 현 정부에 들어서도 계속 진행형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적자에 허덕이거나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경영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든 얼치기 전문가가 판치는 세상에서 제대로 공기업의 경영혁신이 이루어진 사례는 볼 수가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