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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 2] 넘버스와 숫자도둑

 

새마을금고의 부실과 숫자도둑 그리고 드라마 넘버스

회계가 투명해야 국가 경제가 성장한다. 

 

지난 6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부실대출로 인해 해산됨에 따라 새마을금고에 대한 위기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2011년 새마을금고 뱅크런(Bank Run) 사태보다도 심각한 뱅크런 불안에 휩싸여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말 3.69%에서 올해 6월말에는 6.18%(잠정)대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연체율 급증은 연체율이 10%가 넘는 일부 새마을금고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새마을금고 부실의 주범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아닌

건설업 및 부동산 기업에 대한 변별력 없는 대출관행

 

사람이 아프면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올바른 처방이 내려지듯이 최근 새마을금고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새마을금고의 부실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이 관련된 것이라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연체율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동산PF의 연체율은 6월말 기준 1.2%로서 총대출 연체율 6.18% 대비 낮은 수치이다. 연체율이 증가한 주범은 기업대출 연체율로서 9.63%에 이르고 그 중에서도 건설업 및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금이 문제의 주요인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새마을금고사태는 세상의 질서를 해치는 숫자도둑질,

회계부정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숫자 탄생과 수(數)의 역사를 유쾌하게 풀어낸 수학동화책 「수학왕 막스와 숫자도둑」에서 수학천재 막스는 두 명의 도둑(구두쇠와 배불뚝이)에게 수학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숫자는 이 세상에 질서를 만들어 준다 "는 메세지를 준다.

 

막스는 양철판에 숫자가 써 있으면 교통 안내표지판이나 문패가 될 수 있지만, 숫자가 없으면 그저 양철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려주면서 도둑들에게 숫자가 이 세상에 질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최근의 새마을금고 연체율의 급증은 일부 새마을금고의 세상질서를 해치는 숫자 도둑질인 회계부정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 공장건설 등의 시설자금대출은 승인된 대출금 총액을 일시에 기표(차주에게 대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대출금을 용도 이외 목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성고(완공 대비 건설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기표한다. 대출금도 차주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의 계좌를 통해 지급한다. 그런데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건설공사와 관련된 대출금을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표를 했다. 다시 말하면 숫자(기성고)를 도둑질한 것이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차주와 건설사가 함께 공모한 이러한 숫자도둑질을 제대로 파악도 못할 정도로 여신관리체계가 부실하거나 여신담당자가 함께 부정대출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이러한 숫자도둑질은 2010년대 발생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사건 등 상장기업부터 비상장 중소기업에 이루기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숫자도둑질(회계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포렌식회계 조사관을 양성해야

 

최근에 방영되어 7월말에 종영된 MBC의 드라마 ‘넘버스’는 고졸 출신 회계사 장호우가 기업의 회계부정과 기업과 결탁한 거대 회계법인의 부조리에 맞서 숫자도둑질을 밝혀내 정의를 실현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호우가 회계부정을 적발해 내는 기법들은 전문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일종의 포렌식회계(Forensic Accounting) 기법이라 할 수가 있다.1) 포렌식회계는 협의로는 민사소송 또는 형사소송 시 법적 근거로 사용될 회계정보 혹은 비즈니스 지식을 취합하는 회계학의 한 분야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회계부정이나 자금횡령 등 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행위를 탐지하고 조사하는 연구 분야이다.

 

미국의 시카고 마피아의 두목인 알 카포네(Al Capone)는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초까지 10여 년간 시카고 전역을 주름잡던 악명 높은 암흑가의 제왕으로서 미국 검찰은 알 카포네를 형사소추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지만 어떠한 증거자료도 확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알 카포네를 구속시킨 사람이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고 국세청 포렌식 조사관이었던 윌슨(Wilson)에 의해서였다. 윌슨은 알 카포네의 회계책임자에 의해 작성된 도박장의 현금수입장을 입수하고 포렌식회계 기법을 활용해 알 카포네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었다.

 

최근 들어 국내 대부분의 대형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포렌식회계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포렌식회계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회계·법무법인들은 디지털포렌식에 중점을 두고 있어 임직원에 대한 부정적발에 대한 조사를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전문업체와 업무제휴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2) 하지만 디지털포렌식은 기업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회계부정이 이루어졌을 경우, 기업으로부터 자료의 도움을 받지 못함으로 디지털포렌식방법에 의한 회계부정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부정회계를 감지할 수 있는 포렌식회계 전문가(조사관)가 필요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장기적으로 윌슨 같은 포렌식회계 조사관을 양성해 금융기관 여신관리 실무나 금융감독관리에 이들 조사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행안부는 회계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신설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지역협동조합으로 시작된 새마을금고는 지역공헌에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1983년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된 이래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호저축은행처럼 금융당국(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새마을금고 사태는 전문성이 부족한 행안부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새마을금고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라고 할 정도로 행안부의 관리·감독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금융위원회에 넘기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누가 감독권을 쥐고 있느냐 보다는 관리감독 기능이 체계적으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행안부는 이러한 오명을 벗어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첫 단계로서 리스크관리(포렌식회계 포함) 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담부서에서 잠재적 또는 고의적인 회계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을 나타내는 초기증상(red flag)을 발견하고 회계부정을 적발하는 예측모형을 개발해 새마을금고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마을금고가 은행처럼 신용평가모형 및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계가 투명해야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므로

포렌식회계 접근방법은 외부감사대상 기업으로 확대 적용해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의하면 회계 관련 부정행위 등을 규정하고 상장기업의 경우 임직원의 회계부정이 있으면 외부전문가를 선임 조사해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회계부정조사 가이드라인’은 회계부정 조사가 신중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글로벌 모범사례 등을 참고해 회계부정 조사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임직원의 개인적인 회계부정이 발생한 경우 기업이 자발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서 기업차원(경영진)에서 이루지는 회계부정을 금융감독기관이나 채권자(금융기관)가 기업내부에서의 고발이 없는 한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조사가 실시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최근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대상 비상장기업 범위를 종전 1,000억원에서 총자산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상장기업이더라도 총자사 1,000억원 미만의 경우 내부회계관리 외부감사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외부감사 비용 등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책추진은 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명제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학자인 제이콥 솔(Jacob Soll)은 그의 저서「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 왔는가」에서 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가 국가의 흥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회계를 대중화했던 중세 이후 유럽 국가들은 많은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에 맞는 수입과 수출을 조절할 수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라는 작은 나라가 주변 유럽의 강대국 사이에서 경제가 발전한 이유는 회계교육을 널리 실시하고 정확한 회계수치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결국 이 책은 회계가 투명해야 국가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비상장기업(특히,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기업의 회계투명성과 신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외부전문가집단에게 의뢰해 국내 비상장기업에 적합한 회계부정적발 예측모형을 개발해 외부감사대상 비상장 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면 자동적으로 ‘회계부정 의심점수(Manipulation-Score)’를 산출,  회계부정이 매우 의심되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관련 외부감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1)포렌식의 어원은 공개적 자리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성 담보를 목적으로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모든 과학적 방법과 기술을 의미하는 라틴어 ‘Forum’에서 유래했다. 사전적으로 포렌식은 '법의학적인, 재판에 관한' 의미로 어떠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법의학분야에서 사용되어 왔다.

2)디지털포렌식이란 정보기기에 내장된 디지털 자료를 근거로 어떤 행위의 사실 관계를 규명/증명하는 기술분야로서 일반적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증거를 수집·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