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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6] “의대에 미친 나라! 이공계 몰락으로 경제발전을 저해”

의료인력 보다는 이공계 기술인력에 투자해야 기술패권시대에서 대한민국경제가 생존할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

 

e데일리뉴스 |지난 3월 정부(교육부)는 2025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서울소재 대학을 제외한 경인권 대학에 361명, 비수도권 대학에 1,639명을 신규로 배정하여 총 2,000명을 증원(현정원 대비 65.4% 증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의대정원확대 정책은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추진되었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오히려 의약분업 때 의사들을 달래려고 당시 정원 3,500명의 10%인 351명 감축에 합의해 2006년 현정원 3,058명이 된 이후 18년째 동결돼 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한의사 포함)으로 2021년 기준 OECD 전체 30개 회원국(평균 3.7명) 중 멕시코(2.5명)를 제외하고 2번째로 적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2명으로 가장적다. 물론, 의료계에서는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횟수가 14.7회로 OECD 국가(평균 5.9회) 중 1위이고 외래 진료를 위해 수 주간 대기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10분 이내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나라로서 단순히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의 단순 비교만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론하고 있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과학기술 경쟁력에 좌우되는 기술패권시대에 의대 쏠림현상으로 이공계가 몰락한다면 21세기에 도태 될 것

 

이와 같이 의대 증원 정책의 타당성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로봇공학,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전기차, 바이오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것은 대한민국이 의대 쏠림현상에 따라 이공계가 몰락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세계경제는 미・중 양국 간 첨단 산업분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경제와 첨단기술은 강대국 경쟁의 전략자산으로 인식되며 기술경쟁은 지정학 경쟁, 안보, 이념경쟁으로 확대되는 등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과학기술 경쟁력에 좌우되는 기술패권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신성철 前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그의 저서「기술패권주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서 “첨단산업분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기술패권의 쓰나미를 견디지 못하는 국가는 21세기에 도태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약 30년(1970~2000년)에 걸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이 280달러에서 약 1만 1천 달러를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제2의 한강의 기적(2000~2020년)을 이룬 것은 이공계의 뛰어난 인재들이 반도체 및 전자와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현실은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로서 이공계 인재육성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야

 

유능한 인재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현실은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다. 의료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시장이고 산업의 전후방(前後方) 연계효과(連繫效果)도 첨단산업 대비 크지 않아 미래성장동력을 견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출중심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기술패권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만 쏠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 세계 1위의 명성(?)을 갖고 있어 이공계 인재가 줄어들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이공계 인재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나 기술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을 늘려야만 4만 5천 달러 시대의 기술선진국으로서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의대쏠림 현상은 기술경쟁력 갖춘 인재 소멸로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 퇴화가 우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인재 육성 현황은 어떠한가?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되면 추정되는 내년도 의대 준비생은 15,851명으로 올해 수능 자연계 과학탐구 접수자(232,966명)의 6.8%에 해당된다고 한다. 현재도 초등학교 의대 준비반이 등장할 정도로 의과대학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어 이공계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고 있는데 급격한 의대정원 확대로 이러한 의대광풍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의대진학을 위해 최상위권 자연계열 고3 수험생과 재수생 뿐 아니라 현재 이공계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학원가로 가는 이러한 현상은 곧바로 기술경쟁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 소멸로 이어져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의 퇴화가 우려된다.

올해 3월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의하면 “AI 인재 전쟁이 시작되었다(The Fight for AI Talent).”면서 현재 실리콘밸리는 AI인재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과학인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러한 화두는 의대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의대 광풍의 핵심 원인은 승자독식 무한경쟁사회에서 의사만이 장기간 안정적인 고소득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김현철 교수는 대한민국 의대광풍의 핵심원인은 상위 소수가 더욱 많은 과실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사회화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찾고 있다. 경제학교수가 되기 전에 의사였던 그는 누구보다도 국내 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경제학 전문가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의사만이 장기간 안정적인 고소득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홍민기(2016)의 연구에서 우리나라 0.1% 최상위 고소득자의 직업군 점유비를 보면 재산을 물려받은 사업주나 재산소득자(29.5%) 다음으로 대기업 임원 28.7%, 의사 22%, 금융업 종사자 7.2%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금융업 종사자는 수명이 짧은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개원이 가능하고 정해진 은퇴연령이 없는 의사만이 장기간 안정적인 고소득을 영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현철 교수의 진단은 설득력을 갖는다.

 

의대광풍을 잠재우고 뛰어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R&D에 종사하는 과학인재의 소득 증대 등 실용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김현철 교수는 미국도 의사가 고소득을 누리지만 미국엔 법무법인, 컨설팅, IT업계 등 의사 이외에도 양질의 고소득 직업이 않기 때문에 의대 광풍이 미약하다고 진단한다. 최상위 소득집단의 전문가 가운데 한국은 의료계 종사자가 많은 것에 비해 미국에서는 IT전문가, 금융전문가 및 법률전문가가 최상위 소득집단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의대광풍을 잠재우고 뛰어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의 소득을 늘리고 기술개발 능력이 지속되는 한 은퇴시기도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인력이 증가되기 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피부․미용 등의 의료인력만 증가될 우려

 

경제용어로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down Effect)가 있다. 컵을 피라미드 같이 층층히 쌓아 놓고 맨 꼭대기 컵에 물을 부으면, 제일 위의 컵에 흘러들어간 물이 다 찬 뒤 넘쳐 아래 컵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현상에 빗대어 대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이들의 성과가 연관부문인 중소기업으로 확산됨으로써 경제 전체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하면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급격히 2,000명 확대한 이유도 이러한 낙수효과로 인해 현재 의사가 부족한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의사 숫자를 충분히 늘리면 그중 일부는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전문의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피부․미용 개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로서 오히려 필수의료가 아닌 전문의들의 증가가 우려된다. 경제학 측면에서도 낙수효과는 내수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빈부격차의 심화 등의 부작용이 더욱 커지고 있어 낙수효과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의대정원은 필수의료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현재는 이공계 기술인력에 투자해야 기술패권시대에 대한민국 경제가 생존 가능

 

필자는 심각한 필수의료 위기와 의료계의 공공성 측면에서 기본적으로는 의대정원 확충에 동의하지만 급격한 확충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수의료인력과 바이오의료산업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의대정원 확충 이전에 공공이 책임지는 필수의료체계와 공공의료기관 구축 및 공공의료교육기관의 확충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하고 소득측면에서 필수의료 종사자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주범인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로 교육인력 및 시설․기자재 부족 등으로 인한 의학 교육의 질이 하락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필수의료에 대한 전문인력 충원이 순조롭게 이루지는 동시에 제약․바이오 산업과 연계된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유입될 수가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적 좋은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가려고 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과학자로서 길을 가기 시작하면 10년, 20년 뒤 대한민국 과학계를 이끌어갈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필자의 생각도 투자에서 가치가 저평가된 주식을 사면 미래에 제대로 평가되었을 경우 높은 수익을 시현할 수가 있듯이, 대한민국은 의료인력 보다는 현재 저평가된 이공계 기술인력에 투자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기술패권시대에서 대한민국경제가 생존할 수 있고 미래성장동력을 갖추어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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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2024), “노동시장 격차 해소가 교육 과열·저출산 해결 열쇠”, 「오피니언: 김현철의 퍼스펙티브」, 중앙일보, 2024.01.11.

신창환(2023), 2020년 의대정원확대 정책입안의 실패 요인: Bozeman의 공공가치실패 모형을 중심으로,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33권 제4호, pp.1~20.

우봉식(2023),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 「의료정책포럼」, Vol.21, No.2, pp.3-6.

이견직(2024), “시스템 사고로 본 의대 정원 이슈 고찰”, 「보건사회연구」, 제44권 제1호, pp.370-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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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열(2023), “서비스 산업의 4차 산업혁명 기술 혁신 특성과 시사점”, 「서비스연구」, 제13권 제2호, pp.114-129.

장영욱‧윤형준(2024),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현황과 우리나라의 대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기초자료」, 제24권, 제3호, pp.1-27.

홍민기(2016), “최상위 소득 집단의 직업 구성과 직업별 소득 분배율”, 「사회경제평론」, 제51호, pp.2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