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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5]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령화 사회의 경제"

인구절벽에서 인구협곡 시기로 가기 위한 과제

 

e데일리뉴스 |밀리언셀러「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저자 김진명은 지난해 신작「풍수전쟁」을 출간하면서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 소멸론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자 인구절벽(인구감소) 문제를 일본의 풍수저주와 엮어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로 공론화했다. 김 작가는 모 경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안보 지형상 일정 정도의 인구는 국가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서 “인구절벽 문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라고 역설한다. 인구절벽은 미국의 미래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2014년 출간한 그의 책「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The Demographic Cliff)」에서 처음 언급했다. 해리 덴트는 지난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에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합계출산율 0.7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2264년도에 거의 소멸 단계에 직면

 

통계청의 2023년 8월 30일 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전국 0.778이다. OECD 가입국 중 꼴지인 이런 출산율은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에서 2023년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 0.7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출산율을 유지하면 다음 세대에는 흑사병이 중세 유럽(14세기)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상황은 북한의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위협일지도 모르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합계출산율 0.778이 갖는 공포스러운 의미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남녀 출생 비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합계출산율 0.778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다음 세대(30년 이후) 생산가능 인구감소율은 22%나 되고, 2264년에는 0.1%만 생산가능 인구가 존재하면서 점차 대한민국의 인구는 거의 소멸 단계에 이르게 되는 무시무시한 수치를 의미한다.

 

인구절벽은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빈곤과

안보 문제 등 모든 면에서 국가 존립의 위기에 직면

 

이와 같이 생산가능 인구(만 15세∼64세)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1인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층이 급격히 늘어난다. 생산가능 인구는 다시 말해 ‘소비’하고 ‘노동’하고 ‘투자’하는 사람인데, 특히 핵심 생산가능 인구(만 25세∼49세)가 줄어들면 당연히 소비할 수 있는 여력도,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기업이 아무리 첨단기술과 생산성 증대로 이전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제품을 쏟아내더라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내수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침체하면 생산능력이 없는 고령층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노인 빈곤율이 높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과거보다 내는 돈은 많고, 받는 돈은 적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는데,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 연금 재정이 타격을 입는다. 다시 말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의 근간도 흔들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구의 감소는 경제를 포함한 나라 전체를 수축시킨다. 인구절벽 문제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라 향후 우리 경제와 안보 및 사회문제로 연결되고 궁극으로 한 국가의 존폐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출산율이 저조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도권 인구 초과밀화 현상과 맞물린 승자독식 무한경쟁사회

 

그러면 한국이 이렇게까지 인구절벽의 위기 국가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인구학자에 의하면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인구 초과밀화 현상과 맞물린 승자독식 무한경쟁사회를 들고 있다. 이러한 근거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아주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미국의 동물학자 캘훈(Calhoun, J.B)은 인구 밀도가 연애, 결혼, 번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쥐실험 결과를 1973년 1월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1)

주거환경인 야외 우리를 제외하곤 쥐의 생존과 번식에 아무런 제한사항이 없는 최대 3,84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각형 공간에 4쌍의 집쥐를 가두고 28개월간 번식 과정을 관찰하였다. 개체수가 300일까지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점차 증가율이 감소하여 600일이 되자 2,200마리로 정점을 찍고 더 이상 쥐들이 출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결국은 멸종하게 된다는 실험 결과였다.

짝짓기하려면 일정 공간이 필요한데,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짝짓기 공간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시작되고 짝짓기 공간을 차지하지 못한 무능력한 쥐는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나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서열 높은 수컷들은 다른 쥐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더 이상 생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서열 낮은 수컷도 짝짓기에 수동적이 되었으며 어미 쥐들은 어린 새끼를 돌보지 않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없어져 싸움도 사라졌는데 수컷들은 암컷에게 관심 두지 않고 더 이상 짝짓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자고 털을 다듬는 것이 이들 생활의 전부였다.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개체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실험은 종료하게 되었다.

위 논문에서 저자(Calhoun)는 쥐에 대한 연구결과이지만 본인의 생각은 인간에 관한 것이고 생명과 진화를 위협하는 것은 육체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정신의 죽음이라고 강조한다. 인구학자들이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출산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양상을 보인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와 같다고 생각된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온 청년들은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더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거나 연애를 해도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게 된다. 내 몸 하나라도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간 효과 없는 저출산 정책을 지금도 유지한다면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바보 같은 짓

 

치열한 경쟁사회 구조 하에서 자기 자신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결혼해서 아이 낳고 부양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청년은 주로 금수저 집안 출신뿐이다. 대부분이 금수저 출신이 아닌 청년들에게 육아수당을 많이 주고 출산휴가 기간 늘려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채, ‘애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줄게’라고 한다면 이것은 청년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 정책 방향’ 네 가지 중 미래세대 동행 정책은 인구위기 대응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웠다. 저출산 대응 5개 핵심과제 관련하여 총 15조 4천억 원의 예산을 수립하였는데 돌봄과 교육(1조 3천억 원), 육아휴직 강화(2조 2천억 원), 주거 서비스(9조 원), 양육비용 부담 경감(2조 9천억 원), 의료서비스(500억 원)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이전 정부에서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2020년 동안 약 381조 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현재 저출산율 세계 1등인 나라가 되어있다. 그동안 출산과 육아 등에 집중됐던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근본적 해법이 아닌 표피적 해법이었음을 반증해 주고 있다. 결혼하면 대출해 주고 출산과 연계해 대출금을 무이자로 전환 또는 탕감해 주는 제도는 땜질식 처방으로 예산만 소진할 뿐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수십 년간 효과 없는 저출산 정책을 지금도 유지한다면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바보 같은 짓이다.

 

교육·경제의 지방분권화로 수도권 인구 초과밀 현상을 극복하고

지방 소멸의 위험성을 예방해야

 

앞에서 출산율이 저조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도권 인구 초과밀화 현상과 맞물린 승자독식 무한경쟁사회임을 피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인구과밀도가 가장 높고 거주 및 사교육 비용이 매우 높은 서울로서 0.593의 매우 심각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합계출산율이 1.121로서 가장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구과밀도가 높지 않으면서 정부청사가 있어 경제와 주거 등의 공간이 다른 지방에 비해 여건이 좋은 세종시이다.

따라서 대도시 아이를 기르기 최악의 체제인 능력주의 중앙집권행정체제에서의 저출산 대책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퍼붓는다 해도 그것은 청년들이 놓인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저출산 대책은 인구를 지방분권화 시켜 지방의 소멸을 방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은데도 인구(특히, 청년)가 수도권으로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토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출산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일자리’이며, 그다음에는 아기와 부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이 라는 공간과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는 ‘마을환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도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공공주택 그리고 사교육비 부담이 적고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교육환경과 문화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양질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공동체 육아가 가능한 마을 육아공동체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사교육비 부담의 문제를 해결하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공공학원과 마을 자치와 관련 있는 분권 자치 국가 행정 체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서울대학교를 단과 대학별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지방에 명문대학이 자리매김할수록 교육·문화적인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도 지방으로 분권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야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 행복하다는 사회·경제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때는 한국처럼 저출산율 때문에 고민하였던 프랑스는 시의적절한 교육과 경제의 지방분권 자치 체제 구축으로 지금은 저출산 극복의 모범 국가가 된 성공 사례를 통해서 교육·경제의 지방분권화 효과를 알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경제적인 시스템이 출산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 행복하다는 사회·경제적인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대왕)는 “백성의 숫자가 국부를 만들어 낸다”라고 했듯이, 오래전부터 인구 규모와 경제 규모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당파와 이념을 떠나서 말하고 싶다. “인구가 경제력이면서 군사력인 최고의 국력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구절벽에서 인구협곡으로 가야 할 시기가 왔다.

 

 

1) John B. Calhoun(1973),“Death Squared: The Explosive Growth and Demise of a Mouse Population”,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 Vol.66, pp.8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