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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7] “바다 속 보물! 대왕고래프로젝트는 투자인가, 투기인가?”

e데일리뉴스 |

 

2,200조 ‘산유국의 꿈’이 투기가 아닌 투자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 능력과 효율적 인 리스크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금세기 최대 심해 유전에 해당하는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유전이 있을 가능성(20%)이 있어 시추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명 대왕고래프로젝트(이하 ‘대왕고래’라 칭한다)로서 경제적 가치가 무려 2,200조 원에 달하는 심해 유전 개발계획이다. 당연히 대왕고래는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정부의 국면 전환용 쇼가 아니냐는 지적부터 석유공사 프로젝트 추진 과정의 의문점과 진실성 여부 등 여야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석유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석유공사의 대왕고래 추진과정과 관련한 갑론을박에 대해서는 논할 입장이 안 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왕고래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 이 글을 쓰기로 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엑슨모빌(Exxon Mobil), 사우디의 아람코(ARAMCO)와 이탈리아의 애니(ENI) 등 글로벌 메이저 석유 가스 기업들이 대왕고래에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필자는 “우리나라도 ‘산유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잠겨보며 비전공자 입장에서 석유와 관련한 자료나 문헌을 잠시나마 찾아보았다.

 

석유의 기원은 공룡이라는 잘못된 가설로 한반도의 공룡들은 오랫동안 억울한 누명을 써왔고 대한민국은 이미 95번째 산유국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주 오래된 나의 기억으로 석유의 기원은 공룡의 사체(화석)에서 유래되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동안 수많은 공룡 발자국과 공룡알, 공룡 뼈들이 발견되는 등 한반도는 세계적인 중생대 화석의 보물창고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왜 한반도에 살던 공룡들은 사우디에 살던 공룡들처럼 죽어서도 석유 한 방울 안 남기고 사라져 버렸느냐”고 한반도에 살던 공룡들을 원망(?)했었다.

석유(石油)는 영어로 petroleum인데 어원이 라틴어 돌(petro)과 기름(oleum)이라니 우리나라 한자어와 똑같은 ‘돌 기름’이다. 그런데 돌에 기름이 있는 이유는 공룡의 화석이 아니라 대부분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어서 썩지 않고 침전물 속에 묻혀 아주 오랜 기간(수천만 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 미세한 구멍이 많은 암석에 있다가 석유로 변환된 것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로 밝혀지고 있다. 알고 보니 그동안 한반도에 살던 공룡들은 억울한 누명을 써왔던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절약을 강조 할 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있으니 아껴 쓰라’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런데 석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은 95번째 산유국이었다.’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의 바다에서 천연가스 시추에 성공, 2004년에 생산을 시작하여 2021년에 폐쇄될 때까지 약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는 잘못된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2021년 말까지 산유국이었고 미래에도 석유(가스)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인 것이다.1)

 

유전의 부존 가능성(자원량)과 경제성(매장량)은 별도의 문제로 탐사시추와 평가시추 이후에나 확인 가능하고 경제성은 변동성이 존재

 

부존자원의 크기를 표시하는 용어로 자원량과 매장량이 있다. 자원량(resources)은 경제적인 고려 없이 그냥 존재하는 자원으로서 잠재적 가치(contingent value)이다. 매장량(reserves)은 시추 비용 대비 현재의 자원 가격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 경제성이 있는 자원의 양으로서 현실적 가치(practical value)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왕고래 140억 배럴은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유전의 부존(賦存) 가능성인 최대 탐사 자원량이다. 유전의 부존(최소 35억~최대 140억 배럴)이 확인되더라도 시추 비용이 석유를 수입하는 비용보다 크면 경제성이 없어 매장량은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추하기 전의 그릇의 크기를 자원량이라고 하면 실제 시추를 통해 그릇에 불순물(물 등)을 제외한 경제성 있는 석유 또는 가스가 얼마나 있는지가 매장량인 것이다. 경제성은 유전 생산설비 등의 비용과 생산 시점의 유가 등을 고려하여 평가하므로 동일한 유전이더라도 유가 변동에 따라 경제성이 있거나 없을 수가 있다. 결국 매장량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지상으로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서 탐사단계에서는 매장량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자원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석유개발은 탐사에서 생산에 이르는 시간이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장기간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

 

한편, 석유개발은 원유생산 전까지 크게 네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현재는 석유 부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 지질조사와 부존 가능성 구조를 도출하는 (1)물리탐사 단계까지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물리탐사는 사람 몸에 엑스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서 탐사(예상) 자원량이 최대 140억 배럴(그릇의 크기) 이라는 것만 파악이 된 것이다. 실제 부존 여부 확인과 산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람 몸을 조직검사하는 것처럼, (2)탐사시추를 해야 하고 한 개의 시추가 성공했더라도 경제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3)평가시추를 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 석유가 있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개발(생산) 시추로 이어지지 않는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매장량 확인)되면 (4)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기업의 생산시추를 통해 물‧가스‧오일 및 기타 불순물들을 분리 처리하는 해상플랜트 시설 등을 구축하는 것이 상업적 생산을 의미하는 최종 단계가 된다.

그런데 작은 규모의 동해 가스전도 1998년 탐사시추 성공 이후 2004년도에나 생산을 개시했고 해상 가스전 탐사․개발 경험을 갖춘 국내 유일의 업체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미얀마 가스전도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왕고래는 해상플랜트 시설 등을 구축하는 기간은 탐사시추 이후 최소 약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시추 성공률 20%는 시추공을 5개 뚫으면 1개의 자원이 발견된다는 의미라는 일부 보도는 확률이론을 잘못 이해한 개념

 

해저에 유전이 있으려면 근원암, 저류암, 덮개암, 트랩 등 네 가지 요소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시추 성공률의 추산은 네 가지 주요 요소가 각각 존재할 확률을 곱하여 계산된다.2) 그런데 이 요소들이 존재할 확률은 분석가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한다. 정부는 시추 성공률을 20%라고 발표했는데, 산업통산부 고위관계자 및 일부 신문기자들은 “시추 성공률 20%는 시추공을 5개 뚫으면 1개의 자원이 발견된다는 의미”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확률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오는 오류라고 생각된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고 해서 두 번 던졌다고 반드시 앞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론에 의하면 동전을 두 번 던졌을 경우 확률분포(이항분포)3)에 따라 앞면이 나올 누적 확률은 100%가 아니고 75%이다. 대왕고래의 시추 성공률이 동전 던지기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20%로 동일하다면 5번 연속해서 시추할 경우 누적된 성공 확률(이항분포)은 67.5%로 높아지게 되지만 100%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추 성공률을 논의할 때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추 성공률 20%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관적인 개념의 확률이라는 점이다.4) 물리탐사 단계에서의 시추 성공률은 동전 던지기처럼 경우의 수 개념이 아닌 전문가의 판단에 근거로 한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추공을 5개 뚫는다고 해서 성공 확률이 67.5%로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유전개발은 불확실성이 큰 분야라서 탐사시추 성공률이 5%이더라도 대량의 부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시추를 하기도 하고 성공률이 30%라도 예상되는 자원량이 적으면 시추를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또한 시추 성공 확률 20%인 프로젝트는 위험성이 보통인 사업으로서 다양한 국가에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석유탐사 기업입장에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5)

 

대왕고래 시추 성공 확률 20%는 사업추진자의 역량에 따라 투자일 수도 있고 투기가 될 수도 있음

 

대왕고래에 대한 사업추진은 “투자인가 아니면 투기인가?” 하면서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세계적인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의 멘토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의 저서를 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그는「현명한 투자자」란 제목의 저서에서 “투자는 철저한 분석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이다.”라고 정의했다. 정책금융기관 실무에서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했었던 필자는 그레이엄의 말에 더해서 “똑같은 투자안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투기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투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성공 확률이 30%인 10억 원의 투자안이 있다고 하자. 이 투자안이 성공하면 투자 금액의 20배인 200억 원을 벌게 되고 실패하면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된다. 이 경우 가진 자산이 10억 원인 투자자가 이 안에 투자한다면 그는 투기자가 될 것이다. 그는 운이 좋아 200억 원을 벌 수도 있지만 알거지가 될 가능성(70%)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0억 원대의 자산가가 먼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성공 확률이 30%이고 투자안이 성공하면 20배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이 투자안에 투자한다면 그에게 이 투자안은 투자인 것이다. 왜냐하면 설령 이 투자안이 실패해도 그는 알거지가 되지 않을뿐더러 그는 이와 비슷한 투자안을 다양하게 많은 곳에 투자(포트폴리오)하고 있어 다른 투자안의 성공이 이 투자 손실을 보상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석유탐사 기업입장에서는 대왕고래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석유공사)의 입장에서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석유공사는 현재 자기자본 전액 잠식기업으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유전을 개발할 자본이나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나 대왕고래처럼 심해시추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어 탐사시추해서 경제성이 없으면 그간의 모든 비용은 매몰비용(sunk cost)6)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를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석유탐사는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의 사업으로서 장기간의 걸친 지속적인 투자 능력과 효율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이와 같이 심해 유전개발 과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탐사단계에서 생산단계까지 여러 가지 리스크 요소가 존재한다. 석유개발 사업은 탐사에서 생산에 이르는 성공률이 20% 이하로 낮지만, 탐사에 성공하면 그 수익은 개발비용의 수백 배 이상 클 수도 있어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이다.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거꾸로 설명하면, 투자가 성공하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가 실패하면 위험(손실 금액) 도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해 유전개발은 육상에서의 석유개발보다 시추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석유개발 사업은 앞에서 언급한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야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글로벌 메이저 탐사기업들은 리스크 헷지(risk hedge)를 위해 투자포트폴리오 관리처럼 다양한 국가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래야 20%만 성공해도 나머지 80%의 손실을 보전하고도 수익을 크게 남길 수가 있는 투자안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 칼럼(2023.08.12자)에서 “금융위험관리 측면에서 위험(risk)이란 단순히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정한 위험을 관리(risk taking)하는 것이 효율적인 위험관리이다.”라고 하였다. 석유탐사도 이러한 리스크관리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왕고래가 투기가 아니고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1차 탐사시추가 실패하면 서두르지 말고 실패 원인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검토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여 매몰 비용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첫 탐사시추 후 2026년까지 최소 5번 시추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행히 첫 번째 탐사시추는 우리 기업(석유공사) 단독으로 진행하고 두 번째 탐사시추부터는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과 파트너쉽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에 우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1차 탐사시추에 실패하고 메이저 석유개발회사들이 대왕고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업추진을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시추 성공률은 통계적 확률(이항분포)처럼 무조건 시추공을 많이 뚫는다고 높아진다고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당장 산유국이 되지 않으면 큰일날 정도의 경제력은 아니다. 따라서 조급증에 서두른다면 1차 탐사시추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가 있다. 따라서 첫 탐사시추가 실패할 경우 실패 요인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분석이 이루어진 후 2차 탐사시추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앞서 호주의 우드사이드가 3차례 탐사시추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자료와 추가 간접조사로 얻은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해 기존(실패한 탐사) 성공률 10%에서 이번 탐사시추 성공률이 약 20% 상승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따라서 1차 탐사시추 실패 이후에는 대왕고래 시추 성공률 평가를 평가자(전문가) 한두 사람이 아닌 여러 평가자에 의한 교차 분석‧평가 등 철저히 분석 하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차 탐사시추에 따른 수천억 원 이상의 매몰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석유 수급이 필요한 사업구조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포집저장 등을 위해 심해 유전개발은 지속되어야

 

이와 같이 자원개발 사업은 고위험 고수익 및 장기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인 사업으로서 자원개발의 성공률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렵고 위험하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당연히 얻어지는 것도 없다. 비관론자보다는 낙관론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사실과 대왕고래가 성공한다면 원유, 천연가스 수입 대체효과에 따른 국가재정의 확충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굉장히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당연한 기대효과를 차치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석유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전 세계 석유 수입 5위권 이내의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다음으로 석유화학산업이 주력산업인데 국내 석유 사용량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수송용, 항공유 등을 포함하면 결국 수입 원유의 90%는 산업용이고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3%가 에너지이다. 그러므로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 등 글로벌 4위의 석유화학산업 규모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안정적인 석유 수급은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산유국이 된다면 전쟁 등에 따른 석유의 가격 변동성도 헷지가 가능하여 물가안정에 기여 등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Storage)을 위해서도 심해 유전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CCS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기로 못 나가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땅속 깊이 묻는 것으로 폐쇄된 심해 가스전에 온실가스를 주로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탄소 중립 시대에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모든 유엔 기후변화총회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가 상황에 맞춰 수립하고 이를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따라서 탄소 중립 시대에 필수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CCS 기술개발과 사업을 확장하려면 심해 유전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폐쇄된 동해 울릉가스기지에 연간 120만 톤의 온실가스를 10년간 주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정유업체와 협업을 통해 심해 유전개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앞두고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irony)하게도 탄소 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산업의 근간이 되는 석유나 가스의 개발과 심해 유전개발 기술 습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심해 유전개발이라는 두 가지 트랙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성공적인 심해 유전개발의 전제조건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경제성을 평가하고 글로벌 메이저 탐사기업과 협업하여 리스크를 헷지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심해 유전개발은 지속적으로는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추 성공률은 최악의 시나리오(worst scenario)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한다. 또한 미래의 석유산업은 다른 대체 에너지의 개발, 전기자동차 또는 유럽연합(EU)의 2035년 이후 신규 가솔린 자동차 판매 금지 등으로 유가의 하락이 예상될 때 생산시추의 경제성은 하락할 수가 있다. 따라서 매장량은 최소 기준으로 개발비용은 최대치로 측정해서 경제성을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신용리스크)을 부여하거나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가 금리 결정을 할 때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것은 같은 이유이다.

둘째, 시추 성공(경제성) 가능성이 높다면 우리나라가 혼자 하는 것이 좋겠지만 글로벌 메이저 석유탐사 기업의 참여를 통해 석유개발사업에서 가장 심각한 탐사리스크를 헷지하고 그들의 선진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특히 해상시추는 육상시추에 비해 몇 배나 많은 비용이 들고 심해시추는 한층 더 높은 기술력과 더불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셋째, 국가 경제와 국민복지 측면에서 추진해야지 정치적인 목적은 배제되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석유개발 사업은 개발에 성공하면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큰 리스크와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심해 유전개발의 성과물을 이루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지 말고 효율적인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2차 이후의 모든 탐사시추는 1차 탐사시추의 실패 원인 등에 대해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진 이후에 진행되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인 자세로 협업하고 유전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운영해야

 

야당이 대왕고래를 현정부가 국민의 지지율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인 술수라고 의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과거 정권에서도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면전환을 위해 석유가 나왔다는 허위 발표를 하는 해프닝 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은 대왕고래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사업추진과정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전향적인 자세로 정부와 협력하여야 한다. 야당이 제안하고 있는 국민 1인당 25만원(총 약13조원)씩 지역화폐(소비쿠폰)로 나누어 주는 것은 단기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을 국민 1인당 15만원으로 줄이고 나머지 재원(약5조 2천억 원)을 대왕고래를 포함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시추를 하는 정책에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야는 이 두 가지 정책안을 서로 협업하여 추진한다면 여야가 국민경제를 위해 상생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가 있을 것이다.

대왕고래가 유전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유전에서 나온 수익은 영국의 북해유전처럼 사용되면 안 된다. 영국의 경제는 오랜 기간 동안 북해유전이 떠받히고 있었다. 영국정부는 다른 분야의 경제발전은 꾀하지 않고 이 수익으로 국정운영자금으로 펑펑 사용하다가 북해유전이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G20 국가 중 현재 가장 암울한 경제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에 노르웨이는 북해유전의 수익을 펀드로 축적하고 자산을 증식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가 된 좋은 사례가 있다. 따라서 미래의 대왕고래 수익은 코리아 국부펀드처럼 증식시키고 이 자금은 고갈되어 가고 있는 국민연금 재원 확충과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자금 그리고 영세 상공인 지원 자금으로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전폭적인 국민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주1) 동해가스유전은 1조 원의 수익을 창출(개발비용 1조 원, 생산 판매 2조 원) 한 사업으로 우리나라는 95번째 산유국이었다. 산유국이 1980년대 초반에는 70개국이 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 지질탐사 기술 발달로 깊은 수심에서도 탐사할 수 있어 현재는 120개국(유엔의 국가 기준)이나 된다고 한다.

2) 근원암(source rock)은 밑바닥에서 석유나 가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암석이고 저류암(reservoir rock)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암석으로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덮개암(seal rock)은 석유(가스)가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뚜껑 역할을 하는 암석기고 트랩(trap)은 근원암, 저류암, 덮개암 등 주변 지층이 오랜 기간 지탱할 수 있도록 양쪽에서 지탱해주는 구조이다. 시추의 성공 확률은 “(덮개암이 존재할 확률×저류암이 존재할 확률×근원암이 존재할 확률×트랩이 존재할 확률)” 로 계산되므로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시추 성공 확률은 ‘0’이 된다.

3) 이항분포(binomial distribution)란 동전 던지기처럼 시행(실험)의 결과가 성공 또는 실패 두 가지로 분류가 되고 성공 확률은 시행할 때마다 동일한 경우, 이러한 시험을 반복적으로 시행한 결과의 합을 변숫값으로 하는 확률 분포를 말한다.

4) 확률을 산출하는 접근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첫째는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50%처럼 수학적인 계산으로 실험을 실제로 행하지 않고 논리적(선험적)으로 인지하는 경우의 수(고전적) 개념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신용등급별 부도율처럼 관측이나 실험의 결과로부터 얻어진 수많은 실증데이터를 통해 추정되는 상대도수(경험적) 개념이다. 세 번째는 어떤 사건의 가능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나 판단에 기초하는 주관적 개념이다.

5) 시추 성공률을 해석하는 데 활용하는 ‘오티스-슈나이더만 척도’에 의하면 시추 성공률 이 0~5%이면 매우 높은 리스크, 5~12.5%이면 높은 리스크, 12.5~25%이면 보통의 리스크, 25%~50%이면 낮은 리스크, 50%가 넘으면 매우 낮은 리스크로 구분한다,

.6) 매몰 비용(sunk cost)은 경제학에서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말 그대로 묻힌 비용으로 경제적 의사결정에서 매몰 비용은 지나간 것으로 취급되어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