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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창간 1주년 특집:싱글라이프] 신은주 아트컴예술나눔 대표 ‘독신으로 산다는 것 - 조금 다른 궤적 그리기’

  • 등록 2024.05.06 14:22:51

 

e데일리뉴스 |뇌세포에는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이 있고 이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가 있다고 한다. 뉴런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게 되면 시냅스를 통해서 다른 뉴런에게 그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이 있고, 뉴런 한 개가 다른 뉴런 1,000개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시냅스의 개수는 100조 개가 된다. 하나의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하며 영양을 공급하고 자극 정보를 전달하고 인지하고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도 세포막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세포막은 상호침투가 가능하여 정보와 영양을 주고받으며 일정 기간, 일정 수량에 이를 때까지 분열을 계속하며 인체를 살아있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 세포 하나가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세포는 영양도 정보도 전달 받지 못한 채 고립되어 죽거나 10중 8,9는 암세포로 변질 된다고 한다. 하나의 세포가 얼마나 건강한지는 다른 세포와의 연결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체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삶 또한 그러하다. 요즘 ‘독신’으로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가족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이 더 힘들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두게 되면 더 큰 심적 물적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삶이 더 힘들고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결혼으로 연결된 처가와 시가와의 인간관계 속에 갈등하고 허덕이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 누구와도 책임지는 관계를 맺지 않고 독신으로 자유롭게,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부모나 형제,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안전하게 살면서도 정작 본인 스스로는 그와 같은 안전망으로서 새로운 가족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뿐 아니라 결혼 정년기의 자녀를 둔 베이비부머 세대의 많은 부모들도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이나 결정은 그 누구도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니 보다 신중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좀 더 깊이,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결혼 생활이 더 힘들고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말이다.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단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의미한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와 달리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더 무겁고 서로에 대한 구속력 또한 강하다. 운명 공동체라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상호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공동체다. 그래서 혼인은 인생에서 가장 큰 모험이기도 하다. 모험을 즐기며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사람이 능력자처럼 간주되기도 하지만 이런 삶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혼인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고 편안하고 자유롭기만 할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정말로 개인의 삶을 심하게 구속하고 꿈을 이룰 수 없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독신이든 아니든 간에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든지 최선을 다해 볼 수 있다. 그것을 이루거나 못 이루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역량의 문제이지, 독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아니고 딸린 식구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도 아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나 한 인간 존재로서의 삶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깊은 고민 없이 세상 이치에 편승하면서 살았던 것은 아닐까. 독신이라고 모두 편하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놀고먹으며 사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있다고 해서 자유를 구속받으며 희생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잠깐만 주변을 둘러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세상과 자기 자신을 아주 냉정한 눈으로 편견 없이,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독신으로 사는 친구가 마냥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고 심지어 멋있어 보인다고 자기 자녀에게 혼인을 권하지 않겠다는 것은 바다의 표면만을 보고 ‘바다는 늘 잔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거대한 조류가 흐르는 바다 속에서 각각의 생명체들은 자기만의 한계를 이겨내며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하고, 자기 정체성에 적합한 삶을 살기위한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도 그러하다. 늘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조류 속에서 먹이를 찾고, 포식자에게 쫓기며,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류들과 경쟁해야 하는 약육강식의 삶의 현장이다.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사람 한 명 없이 혼자서 그 삶의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독신의 삶이다.

독신이든 아니든 간에 안락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은 건강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세포처럼 하나의 세포 그 자체의 건강 뿐 아니라, 다른 세포와의 연결이 얼마나 건강하게 이루어져 있느냐에 따라 세포의 생존과 역할이 달라진다. 죽은 세포가 되어 배설될 것인지, 아니면 암 세포가 되어 몸 전체를 죽이는데 기여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순투성이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자아’를 드러내기가 두려워 철벽을 둘러치거나 위장을 하면서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닌지 자기 점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외부와의 관계를 끊거나 최소화하면서 자기만이 세계에서 갇혀 사는 것은 의미도 재미도 없다. 자기의 진정한 모습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세상과 마주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역할을 찾고 그 역할 속에서 자기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독신으로 사는 것은 단지 다른 사람들과 조금, 아주 조금 다른 인생 궤적을 그리는 것이다. 어떤 궤적을 만들어낼 것이며, 어떤 역할을 찾아낼 것인가는 각자의 세계관과 역량에 달려 있다. ‘독신이든 아니든 간에 인생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에 동의하기 싫다면 자기만의 조금 색다른 궤적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그린 궤적에 편승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안전하다. 다른 세포에게 좀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시냅스 돌기를 뻗으며 좀 다른 의미가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면, 다채로운 세상에 색다른 또 하나의 삶의 방법을 더해보고 싶다면 독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을 형성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이 오직 편안하게, 쉽게, 자유롭게, 힘들이지 않고 살기 위한 것이라면 급이 낮은 자기 인생관리라고 생각한다.

 

독신으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독신 아닌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없고 독신을 후회한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독신으로 사는 것이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보다 더 쉽고 더 편안하기만 하고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가 결코 아니다.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독신으로 사는 것이 더 고독하거나 외롭다는 생각도 해본 적도 없다. 인간의 고독은 개체의 숙명이다. 모든 인생에게는 자기가 그린 궤적의 크기와 그 특징만큼의 힘겨움과 고독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독신으로 살 것인가, 혼인을 할 것인가, 자녀를 둘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배우자, 누구의 부모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어떤 관계망을 형성하고 어떤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목표 설정이다. 그냥 멋지게? 자유롭게? 정말로 그렇게 살고 싶다면 “무엇으로 어떻게”가 우선되어야 한다. 조금 다른 인생 궤적을 그리기 위한 분명한 이유와 열망이 있고 그것을 위해 독신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은 단지 많은 삶의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인간 개체는 뇌세포 뉴런처럼 엄밀한 의미에서 독신은 불가능하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모든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기의 진가, 자기 존재 의미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때로는 양보와 희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신은주 아트컴예술나눔 대표는 평택 청북 출신으로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학석사와 이학박사(문화예술마케팅)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에서 겸임교수와 임립미술관 부관장 및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은퇴 후, 고향인 평택에서 2022년 문화예술단체 [아트컴예술나눔]을 조직하고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