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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쑥돌(화강암)로 ‘쑥고개’ 시비(詩碑)를 세우다

20년 숙원사업 박석수 문인 ‘시비’ 건립 평택 최초
송탄 기지촌 문제 끝까지 깊이 있게 천착
2023 박석수 문학예술제 개최 문학정신 기려

 

e데일리뉴스 |[평택=강경숙기자] 송탄 기지촌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 쑥고개의 정체성을 시로 남긴 박석수 문인의 시비가 평택에서 근현대 문학비로서는 최초로 건립됐다. 위치는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 바로 옆 송탄근린공원이다.

 

지난 25일에는 제막식과 함께 고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2023 문학예술제가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에서 개최됐다. 박석수 문인은 평택이 나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문학계에서는 천재작가로, 송탄의 기지촌 문제를 깊이 있게 끝까지 천착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 이날 행사는 오랜 기간 건립을 추진해온 박석수 시인의 시비 제막식을 거행,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자리가 되었고 박석수 문학전집4 ‘대화와 수화’ 출간식도 함께 했다. 평택지역에서 문인을 기리는 시비가 세워진 것은 이번이 최초여서 그 의미가 더욱 깊고 이번 시비 건립은 평택시문화재단 ‘2023년 지역 문화콘텐츠 발굴 및 지원사업’으로 이뤄졌다.

 

 

시비는 구성호 조각가가 45일에 걸쳐 쑥돌이라고도 하는 화강암으로 제작하느라 심혈을 기울였다. 시비에는 ‘노을(쑥고개4)’이라는 박석수 시인의 대표적인 시 전문을 새겨 쑥고개를 문학적으로 상징했다.

구성호 조각가는 “시비는 ‘노을’의 ‘ㄴ’의미도 있고 조금씩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서 일정한 문양이 어떠한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된 프랙탈 구조를 쌓은 것이며 박석수 문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약간 비스듬하게 세웠다”면서 “31년 넘게 평택에 살아 애정이 많은 이유로 제작하면서 일반 시비와는 다르게 작품에 욕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초록도서관 바로 옆 송탄근린공원에서는 정장선 평택시장, 홍기원 국회의원, 이관우 평택시의회 부의장, 이상균 평택문화재단 이사장 등 내빈들과 기념사업회 회원들이 다수 참석해 시비 건립을 축하하며 감정이 뭉클한 시간을 가졌다.

 

 

문학예술제 행사는 진영학 시인의 헌정시를 시작으로 이태동 시원문학동인회장, 이종원 평택시의원, 한인숙 시인, 황순옥 시인, 이수경 평택시립안중도서관장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창작 시극 ‘외로운 증언(인당수에 흐르는 눈물)’에서는 박석수 시인의 삶과 정신, 활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시극은 남기선 시낭송가를 통해 이루다 낭송공연작가가 극본을 완성했다. 시극 공연에는 남기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고문, 이루다 낭송가, 이종숙 낭송가가 참여해 박석수 문인을 기리는 감동의 시간이 됐다.

 

 

문화공연 마지막 부분에서는 박석수 시 ‘소묘(쑥고개19)’에 인디언 수니 작곡가 겸 가수가 곡을 붙여 불러서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박석수 문인의 생가터를 방문하는 박석수 쑥고개 작품배경 탐방도 진행했다.

 

 

향후 박석수 기념사업회는 내년에 시전집을 발간, 박석수 문학전집을 5권으로 완성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박석수 문인을 알린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박석수 이름으로 평택문화에 기여할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시민들과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박석수 기념사업회 사무실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kksenews@naver.com

 

 

 

 

<우대식 기념사업회장 인터뷰>

 

박석수 문학,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비 건립, 오랜 기간의 숙원사업이 이루어졌다. 감회가 어떠한가?

 

박석수 시인의 시비건립은 박석수 기념사업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다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염원한 바를 이루었을 때 감격스러움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시비를 보고 있자니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동분서주하시던 초대 회장 이성재 선생님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많은 분들의 염원이 담긴 시비이기에 평택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박석수 시비가 초록도서관 옆 송탄근린공원에 건립된 이유와 건립 과정은?

 

초록도서관 뒷산은 지산동역사문화공원으로 대규모 개발되어 주민들의 쉼터가 될 예정이다. 지산동 자치위원장이신 감창기 선생과 협의해 문화공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박석수의 시비를 세우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데 동의했다. 현재 시비가 놓인 위치는 박석수 시인의 생가를 눈앞에 바라보는 곳이다. 지산동의 문화적 산실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더욱이 도서관 옆이라는 점에서 시비의 의미가 더해질 것이다. 재원은 2022년 평택시문화재단 공모 사업의 일환으로 충당했다. 일을 하다 보니 많은 단체와 사람들의 힘을 빌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사회의 새로운 힘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시비에 ‘노을’이라는 시가 새겨졌다. 그 많은 시 중에 특별히 이 시를 선택한 의미는?

 

시비에 새겨진 <노을>은 시비 선정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선정된 작품이다. 당대의 지역적·역사적 현실을 충분히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박석수의 시 가운데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읽으면서도 공감하고 되새기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비의 특성상 시의 길이도 염두에 두었다. 구성호 작가와도 여러 번 상의를 해서 선정된 작품이다.

 

-20년 전부터 시비 건립을 준비해 온 걸로 안다. 처음 건립 움직임과 과정은?

 

오래 전 제가 박석수 시 전집 <한반도에 못박힌 십자가>를 간행하고 주인공도 없는 출판기념회를 아침 시장 근처에서 한 적이 있다. 십여 분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며 박석수 시인을 추억하며 그의 시비를 세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어쩌면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예산과 장소 등의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 시에서 박석수 시인에 대한 용역이 있었고 전집 발간 사업을 해오고 있었다. 평택문화재단이 생기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비 건립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조각가 중 특별히 구성호 조각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구성호 작가와는 삼십년 가까이 알고 지내왔고 더러 만나 술을 마시곤 했다. 작년 즈음 구성호 작가에게 시비 건립을 위해 견적서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지원받은 것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차마 미안해 부탁 하지 못하고 회원들과 함께 보령으로 시비 탐방을 가서 백여 개의 시비를 보고 다녔으나 이것이다 하는 작품을 못 만났다. 돌아와서 한참을 생각한 후 구성호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만약 구성호 작가가 맡아주지 않으면 그냥 돌에 글을 새겨 시비를 세우겠다고 협박을 했다. 그날 만나 점심을 먹고 맡아 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구성호 작가는 독립기념관에 세워진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인물인 민세 안재홍 선생의 비를 제작한 뛰어난 작가이다. 아마 조형적으로도 평택에 세워질 비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시비, 박석수 시인의 개인적인 의미를 비롯해 지역적이거나 문학사적인 의의는?

이번 시비의 건립은 박석수의 문학이 진정으로 고향을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더불어 이 시비는 평택지역에 근현대 문학비로는 최초의 것이라 할 수 있다. 타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우후죽순으로 세워놓은 문학비를 볼 때마다 썩 내키지 않았다. 시민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학비의 전범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 전국적으로 이름 난 문학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시비 건립을 마치셨는데 앞으로 사업회의 계획은?

내년에는 시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그러면 박석수 문학전집이 5권으로 완성된다. 그동안 박석수를 알리는 사업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박석수의 이름으로 평택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시민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기회에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박석수는 예리한 현실의 감각으로 당대 가장 예각화된 문제를 작품화한 작가이다. 시민들이 작품을 읽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택의 학생들이 꼭 한번 거쳐 가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kksenews@naver.com

 

 

 

박석수 문인은

 

1949년 9월 16일 경기도 평택군 송탄면 지산리에서 출생했다. 수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송탄으로 이주하였다. 1968년 아시아 자유청년연맹 학생미술실기대회에서 특선을 한 바 있으며, 한때 화가를 꿈꾸었다고 한다.

 

1971년 『대한일보』에 시 「술래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72년평택의 사립 중학교에 국어교사로 부임하였으나 1년 만에 사임하고, 〈시와 시론〉 동인에 가입하여 「술래의 노래」 7편을 발표하였다. 1976년 첫 시집 『술래의 노래』를 시문학사에서 간행했다.

 

1979년 잡지사 『여원(女苑)』에 입사하였다. 1981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당신은 이제 푹 쉬어야 합니다」가 당선되어 소설가로 문단에 재등단하였다. 1983년 두 번째 시집 『방화(放火)』를 평민사에서 간행했다. 1985년『여원』 편집부장으로 일하던 중 직장에서 쓰러져 충남 당진으로 요양하러 갔다.

 

1987년 다시 상경하여 도서출판 ᄒᆞᆫ겨레 주간에 취임하고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 입학했다. 1987년 세 번째 시집인 연작시집 『쑥고개』를 문학사상사에서, 같은 해 꽁트집 『독안에 든 쥐』를 한겨레에서 간행했다. 1988년 단편소설 5편, 중편소설 3편을 묶은 첫 창작집 『철조망 속 휘파람』을 도서출판 ᄒᆞᆫ겨레에서 간행했다.

 

1989년 4월 뇌종양으로 쓰러져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였다. 1990년 2월 장편소설 『차표 한 장』(푸른 숲)과 『로보의 달』(행림출판)을 각각 간행하였다. 1992년 꽁트집 『분위기 있는 여자』를 글빛에서 간행하였다.

 

1996년 9월 12일 지병인 뇌종양으로 타계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