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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이트

“나에게서 문학은 빚진 사랑이다”

「자리가 비었다」 제21회 애지문학상 수상 결정
진득한 삶의 진경 찾아 그대로 전달하는 시
평택 주제 미군기지, 쌍용자동차, 이주노동자 삶 등
부조리한 사회 비판적 성찰, 경종 울려

 

e데일리뉴스 |[평택=강경숙기자] 사람들에게서 시는 여러 소통의 통로를 의미한다. 특히, 마음과 마음의 소통도 지배적이다. 독자와의 소통에서 보면 그것은 시인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사랑, 고향, 가족, 위안, 고통, 불만, 부조리, 불합리, 비판... 세상 온갖 시상들의 감흥과 사상, 속성 등을 은율적으로 표현하는 시인들이 많다. 그 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판적 성찰이나 경종을 울리기도 하고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제21회 애지문학상 수상 결정 12월에 시상

 

평택 출신 이력을 고집하는 권혁재 시인은 그런 여러 시상들 속에서 유독 상식적으로 불합리 하거나 사회적으로 만연된 부조리와 불만 등의 소재들을 시로 담았다. ‘평택’ 지역의 기록이 많고 소재와 주제로는 미군기지, 쌍용자동차, 이주노동자 시집 등에서 그런 것을 볼 수 있다.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문학박사인 권혁재 시인은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2009년 첫 시집 『투명인간』부터 『잠의 나이테』, 『아침이 오기 전에』, 『귀족노동자』, 『고흐의 사람들』, 『안경을 흘리다』, 『당신에게는 이르지 못했다』, 『엉겅퀴꽃』, 『누군가의 그늘이 된다는 것』 총 아홉 번째까지의 시집을 발간했다. 현재 경기민예총 평택지부장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8일엔 그가 「자리가 비었다」라는 작품으로 ‘제21회 애지문학상(시부문)’ 수상이 결정됐다. 자본주의 사회에 울리는 경종처럼 현대인의 은폐된 욕망과 현대 사회의 야만성을 담담하게 폭로했다는 심사평을 받고 있다.

 

“시골 어두운 방에서 무말랭이로 말라가며 혼자 중얼대는 노모의 힘없는 소리에도 자식을 걱정하는 사랑이 배어있다. 문학의 시작은 빚진 사랑에서 비롯된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과 시에게도 빚을 졌다. 빚진 사랑을 갚으며 시를 쓰라고 굴레를 씌워준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더욱더 정진하고 매진해 좋은 작품으로 빚을 덜어 내겠다”

 

권혁재 시인이 한 수상소감이다. 애지문학상은 계간 시 전문지인 ‘애지’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한국 시 문학의 발전과 애지문학회 활성화를 위해 2014년에 제정됐다. 분기별로 우수 작품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애지’는 한국교육개혁을 통해 한국인들의 백만 두뇌를 양성하고 ‘논쟁의 문화’를 통해 한국인들의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고급문화인)’으로 육성하며 ‘중앙문화/지방문화의 이분법’을 반드시 극복하고 충청도를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는 상처 낸 기억을 들추어낸 정직한 고백

 

권혁재 시인은 문학이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해결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참여시를 많이 썼다. 어린 시절부터 각자도생해야 했던 가족의 한, 미군기지 주둔 지역의 정서,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 이주노동자의 삶 등을 다룬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그렇진 않지만 평범하거나 편안한 제목을 보면서 시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시어가 예사롭거나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격하기도, 한스럽기도, 분하기도, 피를 토하는 심정이기도 한 것 같은 표현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제목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용,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합리적이며 부조리한 사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녹아있다. 대부분 강하게 각인되는 시어들이다.

 

아버지의 늑막염, 어머니의 잘라낸 손가락, 일을 하는 부모로 각자도생한 남매들, 어린 나이에도 알아서 돕는 집안 일, 거기에 군대에서 사망한 형까지의 수많은 경험이 어두운 색채를 띠게 했고 그의 시에서는 밝은 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권 시인은 시 속에 진정성을 담아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려 하고 사람냄새 나는 시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권 시인은 “시는 상처 난 기억을 들추어내 정직한 고백을 함으로써 독자에게 진정성이 있는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시는 진실할 수 록 독자와의 간극이 좁아진다. 나는 억지로 시를 꾸미지 않는다. 시를 돌연변이로 만들지도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이나 애환을 서사와 서정으로 적절히 섞어낸다. 사람 냄새를 좋아하고 내 시에서 우러나는 사람 냄새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고 전한다.

 

실제 김병호 시인은 “시어로 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진득하게 삶의 진경을 찾아 그대로 옮겨내는 것이 권혁재 시인만의 고유한 시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어진 가정사 아픔, 사회적 문제의식 시로 풀어내

 

유아기 때부터 그 나이 때 겪지 않을 일들을 많이 겪어서일까. 성장하면서 권 시인은 가정적, 사회적 문제의식이 많이 발달하고 그의 그런 고민과 아픔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대로 습작 작업을 하게 됐다. 그

 

시를 쓰게 된 두 계기가 있다. 중학교 때 교과서 황순원의 「소나기」의 뒷부분을 찾다찾다 소녀가 죽는 것이 끝이라는 서점 아저씨 말에 ‘내가 써보리라’ 하다가 습작 작업으로 이어졌다. 또 한 계기는 노벨문학상 수상시인인 체슬라브 밀로즈의 시선집인 「겨울 종소리」를 만난 후다.

 

이 책을 접한 촌뜨기 문학 소년은 갇혀 있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세상 밖으로 나온 경험을 했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등을 비롯 자신의 모든 것을 개안시키는 혁명적 전기가 된 것이다. 여러 정황적인 것을 극복하고 시에 사회적 기능을 연결한 밀로즈의 시작법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바탕에 깔린 재능이 드러나는 순간인가 보다. 길지 않은 습작 작업을 해왔던 권 시인은 고등학교 1학년 교내 백일장 때 벌써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장원’을 하는 ‘시인’으로서의 싹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보사 편집국장을 하면서 문예동아리 활동도 지속적으로 했다. 또한 당시 국문학의 대가인 서정주, 이병주에게서 학습한 당시 담임의 영향도 꾸준하게 시작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작 모태 ‘어머니’, ‘바다’ 사랑과 포용력 밑바탕

 

권혁재 시인 시의 근원적인 출발은 ‘어머니’와 ‘바다’다. 모든 어머니는 항상 노심초사 자식걱정이다. 그가 한 수상소감에서 “시골 어두운 방에서 무말랭이로 말라가며 혼자 중얼대는 노모의 힘없는 소리에도 자식을 걱정하는 사랑이 배어있다”는 표현은 더 이상 어머니의 사랑을 다른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쇠약해졌어도, 정신이 혼미해져도 어머니는 그저 자식걱정이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날까. 사랑이리다. 아직도 권 시인은 어머니를 보면 빚진 사랑이 남아있다. 89세인 지금도 아들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대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바다도 권시인 시세계의 모태다. “바다는 무엇이든지 용서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포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생명을 태동하는 커다란 자궁이자 죽음을 받아주는 거대한 무덤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삶의 가장 큰 위력을 갖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가 그의 시상 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직업이 다양하다. 교사, 교수, 기자, 학생, 주부, 보일러공 등등등. 시를 쓰는 것만으로는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집안의 가장인 권시인도 모 기업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직장인이다. 40년을 넘게 해온 시를 창작하는 작업, 학생 때부터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중 아닌 이중생활(?)이다. 취미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니까.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그 많은 시를 어떻게 다 썼을까. 시를 짓는 삶에 따로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지 않았으리라.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그림이 그려질 때마다, 뭔가가 긁적거리고 싶어질 때마다 펜이나 붓을 계속 휘둘렀을 테니까. 메모와 녹취는 일상이 되었고 뭔가 계속 써내려가는 그의 삶은 동반자가 ‘시’라고 해도 수긍이 간다.

 

그래도 가장 행복하게 시를 구상하거나 쓸 수 있는 시간을 꼽으라면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전까지다. 왜? 무조건 떠난다. 차를 갖고. 요즘 인기짱인 ‘차박’을 하면서 전국을 누빈다. 올해로 11년째라고 하니 차박의 시조?라고나 할까, 대가라고나 할까.

 

이제는 베테랑이 된 차박 선수! 부족한 것도 아쉬운 것도 없이 홀로 유랑하듯 길을 떠난다. 여행길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차박의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의 작품의 수도 많아진다. 여행길에서, 차박 속에서. 이 모두가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옥타비오 파스(활과 리라)가 말한 “시는 민중의 노래이고 선민의 언어이고 고독한 자의 말이다”에서 꼽는 ‘고독한 자의 말이다’.

 

 

‘시인계 신사’ 희망 후학 양성에 매진 계획

 

요즘은 참여시보다 약간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시 작업을 한다. 주로 개인의 감정적인 부분을 , 하고 싶은 말만 짧고 간결하게 작업하고 있다.

권혁재 시인은 스스로 ‘시인계 신사’다. 본인 소개 좀 해달라고 했더니 단번에 나온 표현이다. 워낙 반듯하고 깔끔한 성격이다. 자신의 주변 정리가 잘 안되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어디서든 잡음이 이는 것은 딱! 질색이다. 고집 세고 주관이 뚜렷하며 회사에서도 논리정연하게 일처리를 한다. 잘못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잘못되어 있는 것은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이번 애지문학상의 수상도 어떤 차원에서의 수상인지까지 점검, 받아도 되겠구나 하는 확실함을 담보로 수상하겠다는 ‘거만한 허락(?)을 했다.

 

권혁재 시인은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 2년도 성격처럼 깔끔하게, 뒷모습에 남은 잔해가 없이 마쳐볼 생각이다. 그런 다음엔 시를 사랑하고 쓰고 싶어 하는 후학 양성에 매진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모교에서 글쓰기 교양과목 강사로의 초빙도 예정되어 있고 평생교육원 등에서의 시창작반 강의도 지속적으로 맡아볼 생각이다.

 

시를 오작교로, 시를 사랑하는 후배나 후학들과의 만남과 학습의 장을 펼치려 한다. 시 창작의 학습, 이를 열어줄 권 시인만의 시 세계가 어머니의 사랑처럼, 바다의 포용력처럼 그들 속에서 녹아져 전달되길 바란다.

 

한편, 제21회 애지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일 오후 3시 충남대학교 정심화 대덕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kkse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