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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칼럼]아트컴예술나눔 대표 신은주 예술가 ‘왜 생활문화인가?

  • 등록 2023.07.31 02:31:55

자기 가치 규정과 마음 정화 활동

 

■ 공동체 속의 개인의 가치규정

이번에는 문화예술의 두 가지 유익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 중 하나는 공동체 속에서의 가지 규정에 관한 문화예술의 역할이다.

 

빈틈없이 짜인 일과를 살아가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가정이나 사회 또는 국가 등 ‘나 자신’이 아닌 외부의 어떤 것에 의해 규정되고 요구되는 삶에 충실하며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신은 소외되기 쉽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위치와 역할이 스스로 원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삶이라는 거대한 조류에 의심 없이 합류하면서 결정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나’ 아닌 외부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동체 내에서 타인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말로 그럴까?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닌 자기 존재에 대해서,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을까? 어느 날 갑자기 “도대체, 나는 뭐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뭐야?“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문화예술을 경험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경, 평화, 식량, 질병 등에 관한 문제는 모든 인간이 함께 해결해야하는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인간은 쾌적한 환경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정신적 존재이다.

 

마음과 정신의 건강, 자기의 삶에 대한 만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개인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존재감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삶이 의미 있다. 개인의 내적 가치를 발현하며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생존의 이유를 확실하게 규정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인간 생존의 의미 가치를 부여하는 활동으로 인간만이 가능한 고유한 정신작용이다. 일상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것은 공동체 속에서 자기 존재를 가치 있게 규정하고 타인을 인정하고 소중한 소통의 대상으로 삼아 풍요로운 공존으로 이끌어가는 활동이다. 그래서 그 어떤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자기 상징과 마음 정화

문화예술의 또 다른 유익은 삶을 위해 불가피하게 받게 되는 상처와 아픔을 아름답게 치유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개인은 어쩔 수 없이 다름과 차이로 인하여 갈등과 불화를 겪게 된다. 다양한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상처, 실망, 미움, 원망과 같은 마음의 독소가 쌓이게 된다. 이 독소는 인간관계를 병들게 하고 자기 존재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키고 불행으로 인도하는 마음의 암(癌)이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은 마음의 독소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 높은 마음 정화 활동(mind-detox activity)이다. 마음의 독소, 삶이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감정과 불안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문화예술 활동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으로 연결되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더 지속적이고 더 포괄적이다. 마음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시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한다.

 

문화예술은 인간의 내적 문제를 해결하며, 정치, 종교, 경제적인 풍요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쾌적한 환경이라도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곳은 전쟁터나 지옥에서 사는 것과 같을 것이며, 생존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최상의 쾌적한 환경이라도 혼자서 살아야한다면 독방 감옥과 다름없을 것이다.

 

일상의 삶 속에서 각자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공유하며 소통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인간인 한,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활문화란 바로 가까운 가족, 이웃 등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며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며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는 이해와 소통의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일상의 삶이 요구하는 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찾고 각자의 삶의 결과물이나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이웃과 공유하는 것은 일상, 삶 그 자체의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며, 자기 존재의 당위성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문화 활동은 그 어떤 위대한 예술가의 걸작에 견줄 만큼의 가치가 있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