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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민기고] (주)이안 박채현 주임 생애 첫 외국 체험기

차 클랙슨을 안 누르고 기다린다고? 설마?
첫 외국생활, 미국인에게 배운 놀라운 친절

 

 

25살인 본인이 경험한 생애 첫 6주간의 외국 출장. 귀한 시간일뿐더러 미국인에게 배운 잊지 못할 친절함을 남기고 싶어 뒤늦게나마 글로 정리해본다. 지난 5월까지 내가 간 곳은 텍사스 주의 오스틴이라는 주도의 플루거빌이라는 작은 동네. 내가 생각했던 뉴욕이나 워싱턴 D.C. 같은 느낌과는 멀었다. 그렇다고 시골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게 도심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편의시설은 다 갖춰져 있었고 적당히 조용하고 평온했다.

 

미국 가기 전에 여러 가지 걱정을 많이 했다. 인종차별도 그렇고 총기 사용이 허가된 나라이고 해서 부모님도 걱정을. 총기 사고가 주변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긴 했는데 최대한 안전한곳으로만 다니려고 노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6주 동안 내가 미국인에게 받은 친절함은 생각보다 더했다

 

푹푹 찌는 날씨! “괜찮은가? 묻는 동시에 모자까지 주는 배려

 

햇빛이 쨍쨍한 어느 날 호텔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스타벅스를 가고는 싶은데 나는 국제면허도 없다. 다들 주말에 각자 시간을 보내는데 차로 데려다 달라기 미안해 혼자서 걸었다. 미국은 이웃집과 집사이도 멀 만큼 땅이 워낙 넓어서 어딘가를 이동해야 할 때에는 무조건 차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한국에서는 자주 혼자 걸어 나가서 카페도 가고 하는데 여기서는 차 없이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호텔에만 짱 박혀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선크림 벅벅 바르고 양산이랑 부채를 야무지게 챙겨서 나오게 됐다. 햇빛도 엄청 강한데 그에 못지않게 바람이 엄청 부는 거다. 햇빛 가리려고 양산을 폈는데 금방이라도 바람에 양산이 부서질 것만 같아서 양산을 포기하고 부채로나마 얼굴만이라도 가리고 걸어가고 있었다

 

등 뒤로 땀은 비 오듯이 내리고 낑낑대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내 옆으로 정차하더니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괜찮은지 물어 보는 것이다.

“햇빛이 이렇게 강한데 차도 없이 걸어 가냐”며 갖고 있던 모자를 건네주었다. 이런 친절은...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호의였다. 괜찮은 지 물어보는 것 그 관심도 고마운데 모자까지...

그 순간에 너무 고마운데 동시에 들려오는 영어에 당황해서 표현하지 못하는 내 엉터리 영어실력에 혼자 답답했다.

 

수능영어에 익숙한 나는 듣기는 알아들을 수는 있는데 입이 안 떨어지니까. 영어공부를 진즉에 할 걸... ‘내가 영어만 더 잘했어도 이 고마움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번호라도 받아서 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모자 쓰고 덜 덥게 카페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시간 걸려도 문 열고 잡아서 다른 사람 먼저 들어갈 수 있게

 

또 친절함이 베어있다는 생각을 했던 게 어떤 곳을 가도 먼저 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는 사람을 본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문을 열어서 잡고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갈 수 있게 기다려준다. 그게 얼마가 걸리든 저 멀리서 사람이 온다 해도 기다려준다 엘레베이터 문도 마찬가지다.

 

신호가 2번 바뀌어도 클랙슨 누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절

 

운전을 할 때도 사람이 무조건 우선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길을 건널 때 한국 같으면 그 몇 초 못 기다리고 차가 먼저 지나가는데 여기는 무조건 먼저 건널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그리고 클랙슨을 거의 울리지 않아 놀랐다. 어느 날은 아직 미국의 신호등과 도로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때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갈 신호인데 모르고 머뭇거리다 신호가 2회나 지나치게 됐는데 뒤에 서 있던 차가 가만히~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반응이 익숙하지도 않고 마냥 서 있어도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차라리 클랙슨이라도 울려서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양보해달라고 하면 또 기꺼이 해주고 운전매너가 너무 좋았다. 이 나라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면 꽤나 힘들겠는데 라는 다른 생각도 했다.

 

함께 식사 동료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함께 일어나

 

밥을 먹다가도 동료가 늦게 합석하게 되면 그 사람이 다 먹을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일어난다.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내가 봤던 미국인들은 다 그랬다.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성격이 급하지 않고 다들 여유가 있는 게 보기 편안했다.

 

길가다가 토끼와 청설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랄까 동네 공원에서도 강아지들과 뛰어노는 아이들만 봐도 너무 좋았다. 여유로운 그 분위기와 평온한 공기가 나에게 꼭 필요했던 것 들이었다. 사소한 것인데도 그 사소한 것에서 힐링이 많이 됐다.

 

미세먼지 없는 청정공기, 제일 행복 만끽한 귀한 시간

 

공기도 얘기 안할 수가 없는데 미국의 공기는 미세먼지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공기가 너무 깨끗한 게 한국처럼 목도 칼칼하지 않고 무엇보다 피부가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다시 마스크를 쓰게 되고 어느새 부터인가 맑은 하늘을 이전보다 자주 볼 수 없게 된 게 너무 억울하고 슬펐는데 미국은 하나도 그러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하늘이 너무 쾌청한 것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 공기가 너무 그립고 제일 생각이 난다 내가 미국에 오래 남아 있고 싶었던 이유 중에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길지 않은 기간이었고 오스틴이라는 작은 지역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경험했던 모든 게 좋았고 한국에 와서도 추억할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았다.

반복되는 야근에 지쳐있던 와중에 출장을 갔다 오게 되면서 리프레시가 조금 된 것 같았다.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더 생긴 것 같고 넓게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데 역시 인생은 운이 어느 정도는 따라야 하는 법이지만. 다음에는 내가 운이 아닌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분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