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데일리뉴스 |[경기도=강경숙기자] 지난 3월 4일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기지부가 1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허울뿐인 늘봄학교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달리, 인력 및 공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많은 학교에서 현장 교사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교조 경기지부는 3월 말 경기도 270개교(전체 늘놈학교 29%)를 대상으로 온라인 참여 ‘3월 경기 늘봄 운영 학교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기자회견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실태조사에는 1학기 경기 늘봄학교 중 29%에 달하는 270개교 사례가 접수되었으며, 현장 교원들은 교육부의 무리한 늘봄 도입으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이 보였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교사를 늘봄 강사로 투입하여 수업 준비에 차질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악영향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혼란 발생 ▲늘봄 수요조사와 실제 참여 인원 격차 발생 ▲각종 민원 증가 등의 파행 사례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투입된 강사 인력 중 교사가 7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강사 직종(방과후, 예술 강사) 21.1%, 교육공무직(돌봄전담사 등)이 1.1%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 사례 중 교원(교감, 정교사, 기간제 교사 등)에게 늘봄 행정 업무를 부과한 학교가 97.7%에 달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강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도서·벽지 소재 학교가 많은 지역일수록 늘봄 운영에 교사가 투입되는 파행 사례가 다수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교원들은 “수업 후 곧바로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되면 다음 날 수업 준비도 불가능하고, 기존 담당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전교조는 각종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늘봄 도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교육부가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늘봄을 강행한 끝에 결국 교육과정 운영까지 어려워지는 상황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늘봄 도입으로 인한 공간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교원들은 교실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 복도에서 업무를 할 때도 있었다”며 공간 부족으로 인한 근무 여건 악화를 호소했다.
또한 담임교사가 한글 미해득 학생이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추가 학습을 진행할 경우, 교실 외 장소를 추가로 찾아다니거나 공간이 없어서 방과 후 지도를 포기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특별실(과학실, 도서관 등)을 활용하기 위해 특별실 활용 수업을 축소하거나 교육과정 시수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등 공간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파행 사례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인한 혼란도 다수 나타났다. 교육부는 각종 채용 규정을 완화하며 늘봄 업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 배치를 강행했으나, 실제 채용된 초등교사 자격을 소지한 기간제 교사 중 경기에서만 81.2%가 60대 이상의 고연령, 8.8%가 20-30대 저연차 교사였다.
응답자들은 “중견 교사에게도 버거운 늘봄 행정 업무를 고연령, 저연차 기간제 교사에게 떠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늘봄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진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늘봄학교는 국가의 책임을 학교에 떠 넘기고, 땜질식이며, 교육주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졸속정책이며 철학적 근거를 찾기도 힘들고 늘봄학교 혼란으로 교사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며 추진을 반대하고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kkse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