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데일리뉴스 | [평택=강경숙기자] 평택시(시장 정장선)는 지역의 첫 번째 시립예술단인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이 3일 창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악관현악은 평택 출신의 고 지영희 선생이 1965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 장르로, 국악기 중심으로 편성된 악기들이 지휘자의 지휘 아래 합주하는 음악을 뜻한다.
평택시는 고 지영희 선생이 평택 출신이고, 평택농악이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해 시의 첫 번째 시립예술단으로 국악관현악단 창단을 준비해 왔다.
평택시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진행된 창단 과정에서 지영희 선생의 제자인 박범훈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석좌교수와 김재영 중앙대학교 전 교수가 각각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로 임명됐다. 지난 6월에는 공개모집을 거쳐 피리‧대금‧해금‧가야금‧거문고‧아쟁‧타악기 등 7개 부문별로 총 42명의 단원이 선발됐다.

창단식에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평택시민, 문화‧예술인, 동호인 등 다양한 관계자를 대상으로 향후 활동 계획, 예술단 운영 비전 등을 설명했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특색있는 공연을 기획 및 제작하여 평택의 문화예술 저변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예술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해 평택의 역사, 인물,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한 평택만의 국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범훈 예술감독은 “국악의 본산이자 지영희 명인의 고향인 평택의 역사성과 음악적 특성을 기반으로 평택이 국악관현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술단원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며 “평택의 소리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장선 시장은 “평택 출신 지영희 선생님이 꽃피운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이제 평택에서 다시 쓰이려 한다”면서 “지영희 명인이 꿈꿨던 국악의 대중화, 나아가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9월 창단공연을 펼치고, 10월에는 국악계 최대의 축제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관현악 축제’에서 특별공연 단체 자격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박범훈 예술감독 인터뷰]
“영광스러운 자리, 평택의 소리 세계에 알리겠다”
대한민국 문화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받는 박범훈이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맡았다. 박범훈 감독은 문화올림픽을 표방했던 아시안게임(1986)과 서울올림픽(1988)의 음악 총감독을 맡아 개막곡을 작곡하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당시 한국의 소리를 아시아인이 이해하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우리 음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일월드컵(2002)에서도 축제의 막을 올리는 음악을 만들어 다시 한 번 세계인을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박 감독이 기초지자체 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으로 임용됐을 때 국악계에서는 ‘의외’라고 바라봤지만, 박 감독 자신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한다.
-소감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임용장을 시장님에게 받는 자리에서 ‘중앙대 총장이 됐을 때나 대통령실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됐을 때보다 더 영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겉치레가 아니고 정말로 평택의 초대 국악관현악단을 맡은 건 제겐 가슴 벅찬 일이다.
-지영희 선생에 대해
평택이 특별한 건 스승이자 우리나라 국악관현악의 시조인 지영희(1909~1980) 명인이 평택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영희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시나위’의 유일한 예능보유자로, 해방 이후 국악의 교육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국악을 오선지에 표현하고 국악기를 개량하는 등 국악 교육 체계를 새로 만들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했다.
국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분이다. 특히 국악관현악단 창단은 우리 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영희 선생님이 국악관현악단을 만든 뒤 시립, 국립 관현악단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영희 선생님의 고향인 평택에서도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려 한다. 지영희 선생님이 꽃 피운 국악관현악을 그의 고향에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국악 역사 한 페이지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수제자로서의 포부
지영희의 수제자로서 일종의 사명감으로 예술감독직을 맡았다. 평택의 소리를 아시아와 세계의 소리로 만들겠다.
평택은 과거 부농들이 많아 고을마다 농악이 성행했던 곳이다. 광대 예술인들도 평택에 몰려들었다. 남사당패가 안성 바우덕이보다 평택에 더 많을 정도였다. 그래서 평택을 국악의 뿌리로 볼 수 있다. 지영희 선생님이 평택 출신인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 농악, 민요 등에서 평택만의 소리를 뽑아내 이를 국악관현악으로 승화할 것이다. 벌써 최고의 작곡가들이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택의 소리를 아시아와 세계에 알려 나가겠다.
-국악 대중화를 위한 노력
전통음악은 역사 속에서 내려와 생활화가 돼야 하는데 우리 국악은 일반인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멀어지고, 이해도 안 되고, 어려워지니 ‘지루한 음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이 일반인들 눈높이에도 즐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국악을 바라보는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관현악단 창단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평택시민에게
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에 모든 국악계 젊은이들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평택시, 평택시의회, 평택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마음 단원들 모두 잊지 않고, 평택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