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강경숙 기자] 30년 전, 지역 예술 인재 양성과 시민 문화 향유의 확대를 목표로 출범한 ‘평택시민예술대학’이 운영 방식과 환경 전반에서 다수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일 평택시의회 최선자 의원이 주관한 ‘평택시민예술대학’ 간담회에서는 강사진, 예총관계자,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운영 방식, 예산 구조, 시설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평택 남부와 북부에서 운영되는 평택시민예술대학은 1995년 1월 평택 예능 교실로 시작됐다. 2000년도에 평택시민예술대학으로 바뀌었고 2025년 현재 민화, 문예창작, 한문서예, 바이올린, 포토샵, 경기민요를 비롯해 총 15과목이 진행 중이다. 강사진은 13명이고 하반기 수강 인원은 총 148명이다. 시지원금 3천만원과 수강료 수익금 4천만원(변동) 등 7천만원으로 운영된다.
코로나 19를 거치며 운영 체계는 달라졌고 정체성은 흐려졌으며 현장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참석자들은 “시민예술대학의 본래 취지였던 전문 예술 인력 양성 기능이 약화되고 단순 취미반 수준으로 격하됐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본지는 간담회 관계자 취재를 바탕으로 시민예술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짚어봤다.[편집자주]

■ “대학인가, 취미반인가” 정체성 혼란
“초기에는 전문 과정 운영을 통해 지역 작가 및 예술인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제 시민예술대학은 예술인을 양성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냥 취미 교실이 됐다” 오랜 시간 미술 과정을 맡아온 A강사는 최근 수년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초기에는 2~3인의 수강생을 대상으로도 집중적인 심화 과정을 운영하며 지역 작가를 배출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최소 정원 8명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과 지원금 규제로 전문 과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예총 관계자 한테서도 “보조금은 평생학습센터 기준에 따라 지급되다 보니, ‘과외나 소수반은 안 된다’는 논리에 막힌다”며 “그렇다면 이름에서 ‘대학’을 떼야 하지 않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 늘어난 강좌, 제자리인 예산
문제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내용만이 아니다. 해마다 강좌 수는 늘어나지만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시 예산은 연 3천만원 선이고 변동 사항이 있는 수강료는 4천만원 정도다. 15개 과목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운영진과 강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시 예산은 코로나 이전 2천5백만원에서 소폭 증액된 3천만원이다. 강좌 수가 늘어나도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15개 과목 운영의 재정적 제약이 커 분반 수업이나 심화반 개설도 어려운 실정이다. 운영반은 늘었는데 예산은 그대로니 프로그램 확대나 질적 향상이 불가능한 상태다.
강사 B씨는 “인원은 늘고, 수업 수도 늘었는데 교재비나 실기비 지원이 전혀 안 된다. 결국 수강생들이 자비로 해결해야 하고, 이마저 어려운 분들은 수업을 포기한다. 예술은 결국 반복적인 체험이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게 하는 구조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 강사 회의·운영위원회 사라져…의사 반영 구조 실종
또 하나의 문제는 ‘운영의 비민주성’이다. 과거에는 분기별로 강사 회의가 열리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과 강사진 구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강사들의 의견이 운영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현재는 시 문화예술과 또는 예총 사무국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통보’되는 구조다.
강사 C씨는 “운영위원회가 열린 정도 없고 일방적 결정이 많다.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시의원 간담회 자리까지 나와야 하는 현실이 불편하다. 내부에 문제 제기할 구조가 없다”고 꼬집었다.

■ “공간은 노후, 시스템은 재단 위임”…환경도 도전
시민예술대학이 운영되는 북부문예회관은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불편이 심각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고령 수강생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세면대 부족, 붓 세척용 물 공급 문제 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신규 수강생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거론됐다. 한 강사는 “붓을 씻을 수 있는 물이 여러번 나오지 않아 수업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공간의 자율성이다. 평택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강의실 사용조차 재단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관’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과거처럼 자율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시민예술대학의 자율성도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예총 관계자는 “사무실이 재단 공간으로 바뀌며 회의실도 없어졌다. 연습이나 토론 모임을 하고 싶어도 재단의 일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정책적 대안은? — ‘예술’과 ‘평생학습’의 경계 고민해야
한 예술 관계 전문가는 시민예술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평생학습 구조 안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한 인력 양성 및 네트워크 중심축으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예술인 C씨는 “모든 것을 ‘수강료 대비 효율’로 따질 수 없다. 예술은 단기성과로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예산은 물론, 행정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사 중심의 운영위 구성, 정기 간담회, 강의실 확보 등 제도적 보완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시민예술대학은 우리가 평택의 문화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었다. 이제는 그 정체성을 되찾을 때이다”
30년간 이어져 온 시민예술대학의 가치와 성과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운영 체계와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이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kkse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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