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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기의 노동칼럼 2] '건설노동자'의 이름을 되찾기 위하여

 

e데일리뉴스 |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건설 경기의 여파 때문이 아니라 건설노조 조합원이면 건설현장에서 고용제한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폭’ 딱지를 붙이자 건설기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건설노조 조합원 자격으로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다며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위법행위를 하였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건설노동자들은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윤석열 정권의 공권력과 건설기업의 부당한 탄압으로 인하여 건설노조로 보장받을 수 있었던 임금협상, 단체협상 등 모든 것들이 무력화됐다.

 

2023년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동자들에게 ‘건폭’ 딱지를 붙이면서부터 시작하였다. 경찰은 특별단속을 실시하였고 언론은 일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마치 전체 건설노동자들이 하는 것처럼 일반화하였다.

 

일부 건설노조가 행했다는 불법행위, 즉 건설사에게 노조 전임비나 복지비 강요, 건설기계 사용이나 노조원 채용 강제, 집회나 시위를 통해 협박하는 행위 등은 사실 행정당국과 건설기업 측의 불법비리와 부실시공으로 얼룩진 건설현장의 오래된 관례에서 비롯한다.

 

전체 시공비가 건설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각종 불법 로비자금으로 빠져 나간다.

원청 회사의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또 빠져나가고 그렇게 빠져나간 돈으로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중소 건설기업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공사기간 단축과 무리한 공사강행을 할 수밖에 없고,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어도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사고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또한 내국인 건설노동자를 우선 고용하지 않고,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를 불법 고용하여 저단가에 이익을 남기고, 이른바 ‘십장’, ‘오야지’들은 그들에게 ‘똥’을 떼어가는 등 건설노동자들은 이중삼중으로 임금을 빼앗기고 있다.

 

원청 회사가 불법 로비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중소 건설사에게 실물 경제에 근거하여서 단가를 쳐주고 건설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면 불법과 부실공사가 차단될 것이다.

결국 중소 건설사와 건설노동자,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 또한 불법을 방조하는 행정당국과 원청 회사의 피해자에 불과하다.

 

건설노조를 통해 자랑스러운 건설노동자의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노동자가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고 있을 때,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이른바 ‘노가다꾼’으로 불렸다. ‘노가다꾼’으로 건설 일에 종사할 때에는 전국으로 떠도는 생활이 다반사였다. 일이 잡히면 두어 달 집을 나가서 생활하거나, 두어 달 집에서 다음 일자리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허구한 날 받지 못한 임금 때문에 한숨을 쉬며 술로 달래거나, 목숨을 내걸고 어느 높은 곳에 올라가 아우성을 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쳐도 다쳤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일자리에서 쫓겨날까봐 어쩔 수 없었다.

 

건설노동자의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힘을 얻어가면서 7년여 동안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고용이 보장되었고, 임금체불을 당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식까지 현장에 나오게 하는 힘으로 탈바꿈하였다. 당당한 건설노동자가 될 수 있었다.

 

건설노조가 생기면서 ‘십장’, ‘오야지’들에게 ‘똥’이라 불리며 빼앗겼던 건설노동자의 임금을 빼앗기지 않게 됐다. 기업 측의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들의 불법 고용을 통한 저임금 구조의 사슬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며,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기업 측의 무리한 공사, 부실시공 등을 막아내는 등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도 했다. 그 ‘노가다꾼’들이 건설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자랑스러운 ‘건설노동자’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노예와 같은 ‘노가다꾼’을 청산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건설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자며 평택에서도 건설일용노동자들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건설일용노동조합을 출범하였다.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면서 주춤하였던 건설일용노동조합은 평택에서 아파트 건설현장의 확장으로 2016년 하반기부터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주로 아파트 건설일용노동자로 종사하던 ‘노가다꾼’을 대상으로 노조 참여를 홍보하고 적극적인 건설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였다.

“건설노동자들의 ‘똥’을 떼지 말라!”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를 불법채용하지 말고 내국인을 우선 고용하라!”

위와 같이 촉구하면서 구사대와 공권력에 맞서 팔이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아픔을 당하면서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건설일용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하여 새벽 5시부터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알렸다.

20명, 50명, 100여 명으로 늘어나던 건설일용노동조합-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016년부터 다시 시작하여 2023년 4월까지 평택안성 건설노동자 조합원이 대략 1천 5백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위험한 건설현장에 한국인이 가지 않는다는 속설은 거짓이다.

2024년 4월 20일 브레인시티 건설현장에서 또 한 명의 50대 건설노동자가 기업 측의 안전조치 위반으로 사망하였다. 2023년 평택 건설현장에서 1월 1명, 2월 1명, 3월 2명, 4월 1명, 5월 1명, 7월 1명, 10월 1명이 사망하였고, 여타의 사업장에서 또한 8월 1명(기계장비), 10월 1명(제조), 12월 1명(제조)이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 매해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그중 50%가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건설기업의 안전조치 위반과 공사강행으로 건설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행정 당국은 일손이 부족하다뭐다 핑계를 대면서 불법 현장을 방치하다 싶이 하고 있다. 공권력과 건설기업 측의 탄압으로 건설노조 조합원이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10%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건설기업만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는 윤석열 정부의 공권력 탄압은 건설노조 조합원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조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건설노동자들은 또다시 ‘각자도생’하는 ‘노가다꾼’이 되었고, 전국 떠돌이 생활로 복귀하였으며, 체불임금이 늘어나고, 건설기업의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 불법 채용으로 인하여 역으로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이 고용제한 조치를 당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약칭 :외고법)’에 따라 고용제한 조치를 당해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과태료만 납부하면 되니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 불법 채용을 반복하고 있다.

 

건설노조를 통한 고용보장이 건설현장의 안전과 부실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4월 10일 총선을 통해서 심판을 받았다. 목숨을 내걸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면서 건설에 이바지하는 건설노동자에게 붙여준 불명예스러운 ‘건폭’의 딱지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어도 중대재해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은 공권력과 건설기업 측의 오래된 불법 관례들을 척결하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업 측은 지금이라도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들의 불법 채용을 중단하고 내국인 우선 고용을 해야 한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의 고용보장과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조치를 우선하고 있다. 아파트에 ‘순살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와 같은 별명들이 등장하는 것은 안전조치 위반과 무리한 공사강행 때문이다.

 

건설노조를 통한 고용보장만이 건설현장의 안전과 부실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 노예와도 같은 ‘노가다꾼’의 이름을 버리고, 자랑스러운 건설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스스로부터 떳떳할 때 건설현장에서의 불법을 근절하고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평택시 행정 당국과 고용노동부는 건설기업 측의 관례적인 불법을 방조하지 말고 강력한 처벌과 행정조치를 단행하여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과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토목건축분과, 건설기계분과, 전기분과, 타워크레인분과로 구성, 이 글에서는 주로 토목건축분과 소속의 조합원 현황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