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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평택호 수상태양광, 주민 없는 에너지 전환은 안 된다

500MW 대규모 사업, 이제는 ‘속도’보다 ‘주민의 목소리’가 먼저다


김혜영 전 평택시의원

 

e데일리뉴스 |평택호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식회사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8월 28일 ‘아산호 햇살나눔 주민참여형 농어촌재생에너지 제안사업’에 대한 평가를 거쳐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업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업이다. 평택시 현덕면과 충남 아산시 영인면·인주면 일대 평택호 수면 약 170만 평에 5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준공 이후 20년간 운영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오는 10월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주민 협의와 주민설명회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평택시·경기도 등 관계 지방자치단체와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사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사업자가 선정됐으니 이제 주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사업일수록 사업의 필요성만큼 중요한 것이 절차와 주민의 동의, 그리고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다.

 

그동안 평택 지역 시민사회와 평택시의회에서는 주민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사업 규모가 500MW에 달하고 평택호라는 거대한 공공 수면을 장기간 이용하는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평택시의 입장과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 평택시의 역할과 입장 역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사업 대상 지역의 상당 부분이 평택시에 속해 있고, 향후 관계 법령에 따른 인허가와 각종 행정절차, 관계기관 협의 등에서 평택시가 갖는 행정적 권한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택시는 단순히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보는 수동적인 행정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택시는 이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평택호의 환경과 농업용수·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평택시가 사업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관계기관과 어떤 협의를 진행할 것인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반대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사업이라면 행정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설명해야 한다.

사업자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과 평택시가 행정기관으로서 시민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평택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이유다.

평택호는 단순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수면’이 아니다.

평택호는 농업용수 공급과 지역의 농업 기반을 비롯해 수질과 생태, 어업, 주변 주민들의 삶, 지역의 경관과도 연결되어 있다.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 온 공간이며 앞으로도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함께 이용해야 할 소중한 지역 자산이다.

따라서 수상태양광 사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단순히 발전량이나 경제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택호의 환경과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가.

수상태양광 시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농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가.

어업과 주변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0년 운영 이후 시설의 철거와 원상복구는 누가 책임지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와 주민 이익 공유다.

이번 사업의 명칭에도 ‘주민참여형’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주민참여가 단순히 설명회에 참석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사업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 사업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이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환원되는 구조인지도 명확히 공개돼야 한다.

 

주민에게 불편과 부담이 발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역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

“친환경 사업이니까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도 맞지 않고, “태양광은 무조건 안 된다”는 접근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무조건적인 찬성도,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니다.

제대로 된 검증과 투명한 공개, 충분한 주민 협의다.

평택호 수상태양광 사업이 지역사회와 갈등을 키우는 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과 행정, 사업자가 함께 논의해 해법을 만들어가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 구성될 민관협의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택시와 경기도, 한국농어촌공사, 사업자, 전문가, 시민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영향을 받게 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사업의 장점뿐 아니라 우려되는 부분까지 공개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환경·수질·생태·농업용수·어업·경관 등에 대한 별도의 전문적인 검증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주민설명회가 사업을 설명하고 주민에게 통보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명회는 주민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자리여야 하며, 주민의 의견이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제기해 온 문제를 “이미 절차가 진행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이 제기한 우려를 하나씩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은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평택호는 누구 한 사람의 것도, 어느 한 기관의 것도 아니다.

평택 시민과 아산 시민이 함께 이용하고 미래세대가 물려받아야 할 소중한 공공의 자산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좋은 목적을 가진 사업이라고 해서 모든 과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500MW라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의 목소리가 뒤늦게 들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평택시와 경기도, 한국농어촌공사 그리고 사업자는 지역 주민 앞에 보다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환경과 수질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농업용수와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어떤 이익을 공유하게 되는지, 사업 종료 후에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까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평택시 역시 관계 법령에 따른 행정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만큼, 시민 앞에 분명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혀야 한다.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사업이 추진되느냐, 중단되느냐”만이 아니다.

평택시는 이 사업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주민들의 우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평택호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이 세 가지에 대해 평택시가 시민에게 답해야 한다.

 

평택호 수상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논의가 찬성과 반대의 대립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갈등이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이고,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충분한 협의이며, 행정의 결정만이 아니라 주민의 참여다.

 

평택호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면 더 천천히,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사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신뢰다.

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에너지 사업은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지속되기 어렵다.

반대로 주민들이 충분히 알고, 충분히 논의하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면 갈등을 넘어 새로운 지역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평택호의 미래를 주민과 함께 결정하자.

평택시도 이제 시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평택호의 주인은 사업자도 행정도 아닌 시민이기 때문이다.

 

-학력-

성동초등학교 60회 졸업

한광여자 중‧고등학교 졸업

한남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과정 수료

 

-경력-

전)제7대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전)제9대 평택시의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현)경기도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현)한국BBS 중앙연맹 부총재

전)한국가정법률상담소 성폭력 상담실장

전)평택문화원 이사

전)한국여성 유권자연맹 평택시지회 지회장

전)국민의힘 홍보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