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데일리뉴스 | [안성=강경숙 기자] “안성과 평택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한경국립대에서 공부한 뒤 지역의 좋은 기업에 취업해 삶의 터전을 꾸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찬기 한경국립대학교 총장이 대학의 최우선 과제로 ‘지역화’를 제시했다. 지역 고교생을 대학이 키우고 지역 우량기업 취업까지 연결하는 ‘지역인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대학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총장은 11일 총장실에서 안성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반듯한 혁신 대학, 경기 대표 국립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대학의 지역화와 국제화, 동문 활성화, 교육·연구·행정 혁신을 임기 중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7학년도부터 한경국립대 43개 전공의 교육과정을 AI와 각 전공 전문지식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안성지역 고교 졸업생을 지역인재로 유치해 장학금과 지역기업 취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은 국립의전원과 관련해서는 현행 법체계상 한경국립대가 직접 설립 주체로 참여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도와 안성시가 유치에 나설 경우 지역의 국립대학으로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당시 ‘반듯한 혁신 대학, 경기 대표 국립대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반듯한 혁신’은 어떤 의미입니까.
‘경기 대표 국립대학’은 우리 대학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방향입니다. 경기도에는 경인교육대학교와 한경국립대학교가 있는데 경인교대는 초등교원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대학이고, 한경국립대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일반 국립대학이라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 평택에 있던 한국복지대학교와 통합하면서 대학의 영역도 안성과 평택으로 넓어졌습니다. 경기 대표 국립대학으로서 입지를 더 확고히 해야 합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특별히 강조한 것이 ‘반듯한 혁신’입니다. 사실 혁신과 반듯함은 얼핏 모순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혁신을 하다 보면 구조조정도 필요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갈등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저는 구성원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혁신은 성과도 좋지 않고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늦더라도 구성원들의 최대한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함께 가는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 ‘반듯한 혁신’의 의미입니다.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대학도 디지털 교육혁신이 중요해졌습니다. 한경국립대가 준비하고 있는 AI 교육정책은 무엇입니까.
이제 AI는 특정 분야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산업과 교육, 연구 등 모든 영역에서 AI와 접목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 대학도 AI를 기반으로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합니다. 현재 한경국립대에는 43개 전공이 있는데 각 학과의 전문적인 도메인 지식과 AI를 결합하는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개편이 적용되는 2027학년도부터는 모든 학과가 AI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특정 AI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전공에서 AI를 활용해 전공 역량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총장께서 대학의 ‘지역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입니까.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중요한 일 가운데 첫 번째가 대학의 지역화입니다. 그래서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안성시와 안성시의회를 찾아 지역인재 육성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여러 차례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안성지역에서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약 1,500명 정도입니다. 제 임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 가운데 약 10% 정도라도 안성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안성에 있는 우량기업에 취업하도록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이러한 지역인재 양성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우량기업들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굳이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아도 안성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과 지역,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는 지역인재 양성 체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학의 지역화라고 생각합니다.
안성과 평택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및 기업들과 어떤 방식으로 상생할 계획입니까.
지역과 대학이 함께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시민과 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간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지역인재 양성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평가하면 우리 대학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안성과 평택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충분한 역할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유 프로그램부터 확대하려고 합니다. 오는 10월 대학 축제도 대학 구성원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대학, 사람과 동물이 함께할 수 있는 지역 화합의 축제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작은 것부터 지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시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지역화를 확실하게 정착시키겠습니다.
인문학자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대학 행정 경험도 풍부합니다. 인문학적 배경이 대학 운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가 30년 넘게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인문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인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람,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리더십에도 도움이 됩니다.
과거 교무처장 등 대학의 여러 보직을 맡았고 규모가 큰 학회의 회장도 경험했습니다. 교무처장은 대학의 인적 관리와 행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경험이 조직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이야기한다면 강한 힘을 사용하는 하드파워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프트파워 리더십도 중요합니다. 대학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드러운 리더십을 활용하고 싶습니다.
안성 시민들의 관심이 큰 공공의대 및 국립의전원 추진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전임 이원희 총장께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지역 정치권과 함께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저 역시 취임하자마자 국립의전원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범시민 추진단과 함께 약 3개월 동안 노력했고, 국립의전원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특임교수까지 임명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마련된 국립의전원 관련 법을 검토해 보니 설립 주체와 관련된 법인격 요건 때문에 한경국립대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한경국립대는 일반 국립대학입니다. 그런데 법에서 요구하는 설립 주체의 법적 형태가 현재 한경국립대의 법인격과 다릅니다. 참여하려면 대학 자체의 법적 지위를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대학 구성원의 동의와 교육부 승인 등 매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립의전원 추진 일정 안에서 대학의 법적 지위를 바꿔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도 상당히 실망했고 법률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한경국립대의 국립의전원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봐야 합니까.
한경국립대가 의전원을 포기했다거나 뒤로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참여하고 싶어도 현재 법적인 구조 때문에 직접 설립 주체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시민들께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대학이 추진 의지를 접은 것처럼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립의전원 유치가 지역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형태로 진행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기도와 안성시가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선다면 한경국립대는 경기도의 국립대학이자 지역의 대학으로서 협력기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과 연구 역량과 시설을 활용해 최대한 지원할 용의가 있습니다. 현재도 관련 범도민·범시민 추진 활동을 위한 공간을 대학 내에 제공하는 등 가능한 부분에서 돕고 있습니다.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가장 중요한 목표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제가 추진하려는 대학의 큰 전략은 네 가지입니다. 대학의 지역화, 국제화, 동문회 활성화, 그리고 교육·연구·행정의 혁신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 대학의 지역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안성시와 시의회를 찾았습니다.
안성과 평택에서 나고 자란 좋은 인재들이 우리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지역의 좋은 기업에 취업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에서 배운 학생이 지역에 취업하고 정착하는 ‘안성형·평택형 지역인재 모델’의 발판을 제 임기 내 반드시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경국립대도 발전하고 안성과 평택도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대학과 함께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역 언론과의 소통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대학이 좋은 정책을 추진해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그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지역 언론과 자주 만나 대학의 변화와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겠습니다./kkse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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