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강경숙 기자] 평택시는 평택항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대규모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인구 100만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외형적 성장에 비해 도로·교통 등 기반시설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업단지와 평택항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정체와 도로 파손, 안전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5년간 평택지역에서 토목·측량 업무를 수행하며 도시 개발과 평택항 기반시설 조성 현장을 지켜본 김성배 우리측량설계사무소 소장은 평택 도로의 가장 큰 문제로 ‘평면교차로 중심의 낙후된 도로구조’를 꼽았다. 단순히 도로 폭을 넓히는 방식만으로는 신호교차로에서 반복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하차도와 고가도로 등 입체교차 방식으로 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평택항 발전 역시 물동량 증가와 물류시설 확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류창고 중심의 배후단지 개발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관련 산업을 적극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양레저·문화·체육시설 등 정주 인프라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과 현장의 소통을 강화해 실제 개발 현장의 목소리가 도시계획과 인허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지는 최근 김성배 소장을 만나 평택의 도로·교통 인프라와 평택항 배후지역 개발, 산업정책과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구 100만 시대를 대비한 평택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
오성면 죽리가 고향으로 현재는 송탄 지산동에 거주하고 있다. 주로 평택 지역 토목공사와 설계를 위한 측량업무를 수행해왔다. 평택시에 전‧답‧임야 등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토지를 개발이 필요할 때 토지의 경계, 지형, 위치 등 공간 정보를 측정‧도면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로 대지 조성과 항만·도로 등 기간시설 설계를 맡아왔다.
측량·설계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토목과를 선택한 것은 개인적 의지보다는 어머니의 권유가 컸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으로서 토목(土木)이라는 한자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단순히 흙과 나무로 구조물을 축조하는 일이라고만 인식했다. 어머니께서는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토목 분야의 미래 가치를 예견하셨던 것 같다.
이 분야에서 종사하며 때로는 난관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보람과 성취감을 경험했다. 지금 회고해보면 어머니께서 제시해 주신 이 진로가, 그리고 제가 선택한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확신한다.
토목전문가로서 평택의 도로·교통 인프라 현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일반적으로 평택은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춘 교통 요충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하면 상당히 다른 실상이 드러난다.
평택 도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평면교차로 중심의 낙후된 구조다. 물류 운송과 출퇴근 시간대에 신호 대기로 인한 병목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요 간선도로 교차점에서는 단 하나의 신호체계 때문에 수백 대의 차량이 대기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일상화되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평택항과 산업단지 인근 도로의 구조적 문제다.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기준은 여전히 일반 승용차 중심으로 되어 있다. 이로 인해 회전반경이 부족하고, 도로 포장의 조기 파손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포트홀 발생 빈도가 높아 교통사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면 불과 몇 개월 전에 보수한 도로가 다시 파손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제 교통량과 차량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택시 교통난 해소를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규 도로 건설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기존 도로의 교통 정체 구간을 면밀히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도로 확장이 능사가 아니다. 4차로를 6차로로 넓혀도 평면교차 구조에서는 결국 신호 대기 지점에서 병목현상이 재발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체교차 방식의 전면적 도입이다. 지하차도나 고가도로 건설을 통해 평면교차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단편적인 확장보다는 교통 흐름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평택항의 산업 개발과 관련한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평택항 자체는 외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 도로와 배후 지역은 체감할 만한 변화가 미흡하다. 해안도로 정체, 미관 저해, 교통불편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인해 평택항과 서부지역이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배후단지 개발이 물류창고 중심의 단선적 개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류시설은 자동화와 기계화로 인해 고용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제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함께 생산직, 기술직, 관리직 등 다양한 계층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평택에 대기업 제조업 시설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산업단지 배후지역에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절실하다. 해안도로 정비는 물론이고, 마리나 시설 같은 해양레저 인프라, 문화·체육시설 등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 구축이 시급하다. 산업도시라고 해서 일하는 공간만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조성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다.
안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급격한 개발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협소한 도로 폭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기반시설 확충과 공간 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면 대형 차량과 일반 차량이 뒤섞여 아슬아슬하게 통행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는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각종 개발사업을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평택시 도시계획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입체교차 도로망 확충을 통한 교통 체증 해소, 그리고 문화·레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이고, 편리한 교통이 있어야 통근이 가능하며 문화시설이 있어야 정주 여건이 개선된다.
평택이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주민들이 행복하게 거주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산업 발전과 주민 복지의 균형,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조화, 그리고 행정과 현장의 긴밀한 협력이야말로 평택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
토목·측량 전문가로서 행정과 현장 사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평택시토목설계협의회와 평택시청 인허가 부서 간의 정례적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행정과 현장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분기별 간담회를 통해 최근 현안이 된 보완 사항과 현장 적용에 난점을 겪고 있는 규제들을 공유하고, 모호한 해석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싶다.
이를 통해 행정과 현장 간의 괴리를 축소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평택시의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2008년부터 라이온스클럽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2020~2021년에는 안중라이온스클럽 회장으로 봉사했으며 지난해에는 필리핀 세부지역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버스정류장 건립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올해는 요양원 봉사 등 지역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 이사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평택·당진항만발전협의회에서는 평택항의 발전 방향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현장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공유하고 있다.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는 것이다. 할수록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체감한다. 특히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성장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볼 때, 작은 도움이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실감한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kkse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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